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

입력
2022.1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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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이라면 단연 최우선으로 둬야 할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소홀했던 카카오. 그리고 제품 생산을 위해 기본으로 갖춰야 할 근로자 안전장치를 뒷전에 뒀던 SPC. 이들 기업은 요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워낙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터라, 이들을 향한 소비자들의 배신감도 거세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민낯에 대한 거부감이다.

기업이 이윤 추구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행위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좋은 물건을 최대한 싸게 만들어 이익을 높이는 행위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여긴 적도 있다. 여기서 나온 이윤으로 직원 월급과 세금 등을 부담하며 사회를 지탱했다. 이런 기업들이 한국전쟁 피해 복구의 일등공신이 돼, 선진국 진입 관문격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까지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이윤 추구 속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했다. 산업재해를 묵인한 노동착취를 비롯, 독점적 시장 형성, 문어발식 사업 확장, 정치권력과 유착 등이다. 대기업만 살찌고,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은 나날이 여위어가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현상도 드러난다. 이윤 추구에 집착하는 기업들의 오너는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장악하고, 자녀 승계로 영속하려 들다 경제민주화라는 규제와 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카카오, SPC도 이런 폐단을 밟고 있어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는 4,700만 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인터넷은행, 엔터테인먼트, 게임, 주차장 운영, 택시호출, 미용실, 실내 골프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사세를 확장해왔다. 그 결과 계열사 134개, 상장 계열사는 5개에 이르렀다. 과거 재벌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 동네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문어발식 확장을 했던 행태와 너무도 닮아 있다.

SPC는 삼립호빵부터 포켓몬빵까지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상품을 기반으로 성장한 식품업체이지만, 국내 제빵시장을 독점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사세가 빠르게 커졌다. 본업인 제빵을 담당하는 파리바게뜨를 비롯,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 가맹점이 6,000곳을 넘는다. 이런 확장은 결국 동네빵집 몰락으로 이어졌고, 직원 혹사 논란, 산업재해 발생, 부당한 내부거래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소비자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 이상 단순 영리 추구만은 아니라는 점을 학습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금은 환경오염과 급격한 기후변화까지 겪어, 이들 기업이 사회와 어떻게 공존하는지 살피고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사회공헌, 투명경영 등 비재무적 요소에 관심을 두는 ESG경영을 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맥킨지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ESG가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점을 기업 스스로 입증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속도는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불평등은 한층 심화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막중해진 것이다. 카카오와 SPC 사태를, 다른 기업들도 반면교사 삼아야 할 때다.







박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