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던 알파고의 진화... 홍수 예측하고 산불 방향 예보한다

입력
2022.11.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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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I 콘퍼런스서 기술 현황 공개


세계 최초로 프로 바둑기사를 이긴 인공지능(AI) 알파고. 구글은 2016년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이 AI로 이세돌(3승 1패), 커제(3승 무패) 등 세계 최정상급 기사들을 무너뜨리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남들보다 빠르고 강력했던 구글 AI는 이후 진화를 거듭했다. 6년이 지난 지금 구글 AI는 어떤 수준에 이르렀을까? 이제는 사람이 몇 개 문장만 입력하면 몇 초 만에 멋진 그림을 뚝딱 그려 내고, 고화질 동영상까지 스스로 만들며, 소설가처럼 그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창작해 낼 줄 안다.

구글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연례 AI 콘퍼런스를 열고 AI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구글은 "우리가 만든 AI가 이 정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에 AI가 지구와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구글이 제시한 AI의 역할은 재난방지. 극심한 기후변화 탓에 갈수록 잦아지는 산불과 홍수의 피해를 AI의 힘으로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림, 동영상, 음성까지 창작

이날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제너레이티브(generative·생성하는) AI였다. 올해 여름 글로 명령하면 뚝딱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내놨던 구글은 계절이 하나 바뀌는 동안 문자 명령으로 고화질 영상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새로 선보였다. '뉴욕에서 뛰고 있는 테디베어'란 명령어를 입력하면 뉴욕의 도로와 테디베어 이미지를 합성해 도로 한가운데를 뛰고 있는 테디베어의 모습을 구현하는 식이다.

짧은 문장을 입력하면 다음에 이어질 문장들을 만들어 내거나, 짧은 음악 및 음성을 바탕으로 이어질 오디오를 창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짜 사람이 말하는 6초 분량의 오디오 파일을 입력하면, AI가 다음에 이어질 말을 창작해 이 사람과 거의 똑같은 목소리로 들려주기도 한다.


자연재해 예상하는 수준까지

구글은 이렇게 고도화한 AI를 바탕으로 자연재해를 예방하거나, 확산을 막겠다는 큰 목표도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AI 기반의 홍수 경보 서비스를 20개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홍수가 언제 발생할 것 같고, 수위가 얼마나 높아지며, 물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등을 예측해 영향권에 드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구글은 지난해에만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2,300만 명의 이용자들에게 총 1억1,500만 건의 홍수 경보를 전달했다. 구글에 따르면, 신뢰할 만한 홍수 조기 경보시스템은 사망자를 43%, 경제적 피해를 35∼50%까지 줄일 수 있다.

산불 경보 시스템도 도입된다. 실시간으로 산불 위치를 확인하고 추적해 어디로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는 서비스로, 호주와 미국 등에서 7월부터 운용 중이다.

구글은 또 초음파 장치 출력을 읽고 분석해 임신 초기 문제를 식별하는 AI를 도입해, 저소득 국가 보건의료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감지된 호흡, 심박수를 AI가 분석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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