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걷어내도 끝이 없네요"...만경강 상류 어민들 쓰레기와 전쟁

입력
2022.11.03 11:01
완주군 삼례자율관리 어업공동체 
가전제품·페트병 등 한 달 9톤 수거


“고장난 가전제품부터 대형 팔레트 등 각종 쓰레기가 걷어내고 걷어내도 끝이 없습니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활동 중인 ‘삼례자율관리어업공동체’ 김중일(51) 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만경강 물속에서 수거한 각종 퇴적쓰레기를 강가로 걷어 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고무보트에는 폐그물과 탈색된 페트병 등이 가득했다. 이날 어업공동체 회원 10여 명이 만경강 상류인 삼례~고산천 간 수변과 수중에서 4시간 동안 수거한 생활 쓰레기는 대형 포대 7개가 넘는 600㎏이나 된다.

‘삼례자율관리어업공동체’는 자망어업과 패류채취의 허가를 받아 만경강 상류에서 민물고기를 잡고 다슬기를 채취하는 회원 14명으로 이뤄졌다. 9년 전 공동체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회원이 20여 명에 달했지만, 외래 어종인 베스와 블루길의 서식이 늘며 국내 토종어종이 감소하자 일부 회원들이 떠나갔다.

위기를 느낀 회원들은 만경강의 어족자원 감소에 따라 새로운 활로 모색 차원에서 내수면 환경오염 개선과 생태계 보전에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쓰레기와의 전쟁’은 만경강 상류 약 30ha의 넓이를 구간별로 구획을 정해 수중에 있는 폐그물과 생활쓰레기를 수거용 포대에 담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속에 오랫동안 잠긴 쓰레기는 고무보트를 이용해 수거하지만 갈수록 대형 불법 쓰레기가 많아지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

회원들은 수거한 쓰레기를 모아 차량으로 이동해 사무실 부지 공간에 쌓아 놓은 뒤 폐기물업체를 통해 처리한다. 장마 후에는 강으로 쓸려나온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뤄 하루 5~6시간씩 연장 작업을 한다.

이들의 환경개선 운동은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계속되지만 쓰레기가 산처럼 밀려오는 장마철과 요즘같이 관광객이 몰리는 늦가을에는 매주 4회씩 8주간 집중적으로 수거하고 있다. 공동체가 처리하는 쓰레기양은 한 달에 대략 9톤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쓰레기 투척이 해마다 늘고 있어 회원들이 환경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면서 “쓰레기는 버리지 말고 되가져 가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최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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