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전환은 했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포기 못하는 고객님을 모십니다

입력
2022.11.02 18:20
[소상한토크 #10 ]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감성을 더해 승부수 띄우는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기를 맞으면서 여러 기술들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SF 영화나 게임에서나 볼 법한 꿈같은 이야기들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점차 현실에 가까워졌다. 수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반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본성과 감성에 집중하며 아날로그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우는 소상공인 기업들도 있다. 아날로그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로 탄생시킨 포티페타 김중연 대표(이하 김)와 블루필 박광호 대표(이하 박)를 만났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는 오히려 경쟁력있는 아이템


-각자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신지

김 : 저희 포티페타는 사진 인화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인생네컷처럼 아날로그 감성으로 사진을 실물로 뽑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휴대폰 사진도 인화해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충분히 있지만 사실 귀찮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거든요. 저희는 이러한 부담을 줄인 구독 서비스 포티페타를 구상했습니다. 마케팅 차원에서 달달이 보내주는 것과 달달하다라는 의미를 섞어서 달달오컷이라고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 : 저희 블루필은 체리픽이라는 태블릿에서 이용하는 소셜 필기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필기앱이긴하지만 펜 인터랙션을 활용해 창작물을 제작하고 보관해서 창작한 것을 공유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앱이기도 합니다.

-둘 다 시행착오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게 됐고 발전시켰는지

박 : 저희는 테크 기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피봇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던 중에 팀원으로 합류한 디자이너분께서 디지털 문구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디지털로 만든 서식이라던지 스티커 같은 것을 판매하시더라고요. 디지털로만 존재하는 굿즈 시장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죠. 디지털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라고도 하는데요. 이런 디지털 다꾸를 즐기는 사람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많아요. 엣시라는 단일 플랫폼에서만 600만 종 이상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상품 판매에만 집중해서 클라우드 보관함 형태로 서비스를 구상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제작, 보관, 공유, 판매가 모두 다 다른 플랫폼이서 이뤄지다보니 사용성 부분에서 단절이 생기고 결국 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거에요. 그래서 아예 제작 툴부터 제공해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필기 기능을 구현했고 지금은 제작부터 공유, 보관, 사용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와 마켓까지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 형태로 확장하게 됐어요. 이 시장의 불편함을 없애려고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네요.

김 : 저는 LG에서 UX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당시에 멀티미디어 앱들을 기획, 개발했어요. 사실 다른 앱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변하고 발전했는데 사진앱은 유독 정형화된 모습이 있고 큰 발전이 없어요. 제조사가 독점으로 제공하니까요. 그러면서도 사진앱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사진이라는게 일상 자체를 담는 수단이 되어버렸잖아요. 그래서 저는 먼저 사진의 경험 자체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가족들에게서 먼저 아이디어를 얻었죠. 누나가 아이들 사진을 뽑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하더라고요.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사진이 수 만장씩 쌓이다보니까 정작 소장하고 싶은 사진을 고르기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갤러리의 추천 탭에 인화하기 탭을 추가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사용자들은 완전 자동, 추천을 원하는게 아니라 내 사진이다보니 선택의 기회를 어느정도는 주길 원하더라구요. 대단한 AI 기술보다는 감성이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지금은 사용과정을 더 단순화해서 매 달 다섯 장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로 바꿨어요.



아날로그만이 줄 수 있는 감성, 디지털로 전하고파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구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김 : 포티페타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서 서비스를 하지만 또 실물을 보내드리는 서비스다보니까 디지털에서의 개발과 굿즈 디자인, 양쪽 모두를 신경써야한다는 점이 쉽지 않아요. 디지털에서는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아날로그 감성을 구현하는 것은 실물 상품으로서의 경험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예를 들면 종이 촉감, 향기부터 시작해서 앨범을 넘길 때의 소리까지 세세히 다 고려하고 있습니다. 미팅한 종이업체만해도 엄청 많아요.(웃음)

박 : 저희도 비슷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타자로 글을 더 빨리 칠 수 있는데도 손 글씨가 주는 매력이 있거든요. 스티커 같은 디지털 문구들을 한꺼번에 옮길 수 있는 데도 굳이 스티커를 하나 하나 가져다가 붙이고 떼는 식으로 사용하더라고요. 저희는 편함을 주는 것보다 아날로그에서 누리고 있던 경험, 감성을 디지털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팬 인터랙션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아날로그 감성을 위해서 앱 내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팬으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화면 디자인도 다이어리 꾸미듯이 아기자기하게 됐죠.

-다이어리 꾸미기는 스티커나 필기구를 사모으는 재미로 하는 분들이 많지 않나. 디지털 다꾸도 그만큼 활발한가

박 : 3년 전부터 태블릿 필기 기술이 발전해서 아날로그 이상의 필기감은 구현되어있는 상황이에요. 아날로그로 다이어리 꾸미기를 즐기던 분들이 보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시면서 디지털 서비스에 잘 정착하세요. 디지털 다꾸 관련된 컨텐츠도 전 세계적으로 많구요. 디지털로 전환은 했지만 스티커 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포기 못하다보니 디지털 다꾸가 그만큼 활발해질 수 밖에 없어요.

-보통 어떤 고객들이 많은지

박 : 원래는 10대에서 20대 후반까지 넓게 잡았는데, 현재로서는 10대 이용자가 많아요. 재사용률도 높은 편이고요. 10대 이용자들이 확실히 콘텐츠 생산을 많이하고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요. 저희는 현재 이용자들의 이용현황을 자세히 분석해서 그에 맞게 더 개선해보려고 하고 있구요.

김 : 맞아요. 고객 반응은 종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 타겟은 아이가 있는 젊은 여성으로 잡았는데 생각보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 나이대에서 문의가 많았어요. 한 번은 어머님 한 분이 회사에 전화가 오셨어요. 그런데 저희 회사가 전화 번호를 보려면 인스타그램에서 회사 사이트로 찾아들어와서 가장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야하거든요. 그만큼 서비스에 대해 니즈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저희가 아이폰만 서비스하고 있어서 가입하지는 못하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현 상황에서 딱 타겟을 정하기보다 데이터를 보고 어떻게 활용할 지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박 : 가장 많은 반응은 아무래도 그래픽적인 부분이 커요. 앱이 귀엽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전시회를 나간 적이 있는데 예상과 달리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이 좋아하셨습니다. 아날로그처럼 가위로 오리고 붙이면서 바로 스티커를 만드는 식으로 앱이 직관적이다보니 오히려 초등학생들이 어른보다 더 잘 사용해요. 스티커를 창작하고 파일로 만들어서 직접 사용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창작물을 상품으로 올려볼 수 있다는 점까지 과정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시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기존보다 훨씬 줄어드는 부분을 신기하게 여기시더라구요.

-창작물에 대한 보상 체계가 있다면, 수익모델은 수수료인가

박 : 유료 판매에 대한 거래수수료는 향후 메인 수익모델로 보고 있어요. 아직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플랫폼들이 그렇듯이 초기 단계에서는 고객도 배움의 시간이 필요한데, 수익만 쫓다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거든요. 대신 사람들이 많이 즐길 수 있도록 다른 형태로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있어요. 당장의 수익모델은 유료 툴 구독을 준비 중이에요. 펜 종류, 자르는 방식, 보관함 용량, 레이어 개수 등 추가 편의 기능을 넣어서 구독서비스로 제공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되어서 디지털 저작권 콘텐츠 거래 수수료를 주된 모델로 가지고 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완전한 디지털 전환은 불가능할 것


-포티페타의 경우 경쟁 서비스가 있는지

김 : 인화 서비스 기준으로만 따졌을 때는 많죠. 한 때 구글이 7.99달러에 10장을 사진을 무작위로 보내주는 구독형 인화 서비스를 선보인 적이 있어요. 저는 오히려 구글 덕분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당시 서비스를 구상 중이었던 상황이었는데 제가 세운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고 결국 포티페타 앱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표적으로 스냅스같은 곳도 있는데,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접근한다면 완전히 서비스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쟁 서비스와 다른 포티페타만의 가치가 있는가

김 : 저희가 추구하고자하는 가치는 아날로그의 단단함이랄까요? 소중한 것은 아날로그로 소장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사진이 1년 만 지나도 몇 천장, 몇 만장까지도 쌓이는데 이게 다 잊혀지거든요. 매달 한 번씩 사진을 보내드렸을 때 당장의 기쁨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게 몇 년이 되면 보물이 됩니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앨범을 열어볼 때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거죠.

-체리픽은 최종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꿈꾸고 있나

박 : 저희는 아날로그 감성을 최대한 모방한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어서 아날로그 감성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쓰는 디지털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디지털만에서 줄 수 있는 효용은 분명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곳에가서 체리픽을 홍보하고 있죠.

-비디오 킬 더 라디오스타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사실상 아날로그에서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대체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은가

박 : 우선 교육 분야에서 만큼은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해요. 편리함에서 차이가 크거든요. 감성이 아니라 효용을 누려야하는 분야에서는 그렇지만 출판과 아날로그 시장이 종말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아요. 감성은 대체될 때까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 동의해요. 어떻게보면 기술의 오만이 아닌가 싶어요. 아날로그의 인터랙션이 없었다면 지금의 디지털도 없다고 생각해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영역이 다른 것일 뿐이에요. 포스트잇을 붙여놓는 것과 컴퓨터 안에 메모를 쓰는 것은 다른 것처럼요. 디지털 액자가 사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결국 지금까지 증명되지 않았어요.

-시장 규모는 어느정도 예상하나.

김 : 올해 구독자 2천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은 10만명까지 늘리고 싶어요. 그러면 매출 50억원 가량 예상되는데요. 이것도 최소로 잡은 수치입니다. 잠재시장 규모로 따지면 1%도 안되는 수치거든요.

박 : 저희는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달 2배 이상의 유저수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로보면 올해 10만명 이상의 커뮤니티 유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외형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저희 서비스에서 컨텐츠를 만들어본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고 다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마디로 리텐션을 높이는 데에 당분간은 주력하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박 : 저희가 요즘 유저 테스트 겸 인터뷰를 많이 하거든요. 왜 다이어리꾸미기를 하냐고 물어보면 흔히들 힐링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누구한테 자랑하겠다 이런 의도가 아니라 다이어리를 꾸미는 그 행위 자체가 만족스럽고 편안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이게 아날로그 감성이 가진 힘이라면 힘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적 압박을 받는 숙제가 아니라 온전하게 힐링을 즐기고 그 힐링을 통해 내가 원하는 만큼 보상도 가져갈 수 있는 그런 편안한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김 : 저희 서비스를 1번 이라도 경험해 보신 분들은 한달의 추억을 고를때, 그리고 이를 받아볼때의 기쁨에 구독을 쭉 유지하십니다. 오픈베타서비스지만 96%의 유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 서비스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소중한 순간을 수만 장의 파일에 묻히게 두는 것을 아쉽다라고 한번이라도 느껴본 적 있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소중한 기억을 놓치려는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추억을 들춰보며 행복을 느끼고자하는 많은 사람들이 포티페타를 쓰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저희는 인화구독 서비스로 시작하지만 스마트폰 사진을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하거든요. 국내 100만 고객 달성하고 북미 시장으로 진출해 구글 포토에 대항하는 갤러리 앱으로까지 성장하는게 포부입니다.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