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주식시장에서 퇴출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다수는 재무상태가 나빠진 와중에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거듭 시도하다 결국 한계에 직면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이후 상장폐지된 기업 75곳의 현황과 재무적ㆍ비재무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상장폐지 기업은 2017년 12곳에서 2020년 15개사, 지난해 20개사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75개 기업 중 74곳은 증시에서 퇴출되기 전 영업 손실 등 ‘관리종목’ 지정 사유나 횡령ㆍ배임과 같은 ‘실질심사대상’ 지정 사유가 연쇄ㆍ복합적으로 발생했다. 최초 발생 후 3년 이내 상장폐지에 이르는 경향도 나타났다.
상장폐지 전 공통적으로 나타난 재무적 특징은 자기자본 대비 당기순손실 규모가 점차 커졌다는 점이다. 영업 악화에 따른 손실에 더해 채권ㆍ대여금 등 자산 관련 손실 비용까지 증가하자 기업들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빈번하게 단행했다. 연간 평균 주식관련사채ㆍ주식 발행 건수가 상장기업 대비 4.4배에 달했을 정도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피로 그마저 막혀버렸고, 상장폐지 시점에 다다를수록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숫자가 늘어났다.
상장폐지 기업들은 최대주주도 자주 바꿨다.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상장기업에 비해 평균적으로 5.4배 많았고, 상장폐지 시점에 근접할수록 더 잦아졌다. 경영 불안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마찬가지로 한국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도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기업의 인력ㆍ조직 관리와 내부통제가 부실해지면서다. 상장기업과 비교하면 평균 9.2배나 지정 발생 건수가 많았다.
당국은 이 같은 사전 징후에 대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과 참여가 증가했지만, 최근 고금리 등 영향으로 상장기업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명한 투자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과 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상장기업의 회계ㆍ경영투명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