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반드시 유예해 줄 것에 관한 청원'
지난달 9일 한 개인투자자(개미)가 올린 국민동의청원의 제목이다. 정부의 '금투세 시행 2년 유예' 약속을 지켜달라는 내용이다. 2주 동안 5만 명의 청원동의인원을 채울 만큼 개미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청원은 같은 달 27일 소관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로 넘어갔다.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 등 투자로 얻은 수익이 5,000만 원을 넘길 경우 초과분에 20%(3억 원 이상은 25%)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여야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2020년 합의했다. 예·적금 이자 등 금융소득에는 과세하면서 주식 등의 양도차익은 일부 대주주에 국한해 과세하는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그러나 6, 7월 "금투세 도입 2년 유예"를 결정한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이유에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유예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사실 대다수 개미는 금투세를 낼 가능성이 낮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대 증권사에서 5,000만 원 초과 수익을 낸 투자자는 평균 0.9%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개미들이 유예를 강력 주장하는 것은 금투세가 '큰손'의 한국 시장 이탈을 부추겨, '하락 쓰나미'로 귀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거버넌스(투명한 의사 결정) 등 시장 제반 여건이 후진적인데 세금까지 매긴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다수당' 민주당이 어깃장을 놓는 형국이다. 유 의원 등은 앞선 자료를 근거로 "정부가 상위 1%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고 있다"고 막아서고 있다. 정부가 9월 낸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부터 금투세가 도입된다.
'소액 투자자 보호 vs. 부자 감세' 구도의 금투세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주식양도세(금투세) 폐지' 단문 공약을 들고 나왔을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양도세 부과는 삼성일가의 변칙 상속에서 비롯됐다"며 윤 대통령의 공약은 부자 감세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금투세 유예와 함께 양도세 부과 대상을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부자 감세 논란에 불을 지폈다. 7월 조희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선임간사는 "정부가 자산과 소득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하는 개악안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세금을 물리기 전에 과세 체계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니 논쟁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금투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다"면서도 "금융소득과세와 금투세를 왜 분리하는지, 손익통산(손실과 이익을 통합 계산) 기간을 왜 5년으로 잡았는지 등 설명이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