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5시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 정장이 어색해 보이는 앳된 얼굴의 청소년 무리가 들어왔다. 나흘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 숨진 이모(18)군의 친구들이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은 듯했다. 얼어붙은 자세로 운구 행렬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발인식 내내 말없이 고개만 숙였다.
10대, 20대는 장례식장에 갈 일이 적다. ‘죽음’이라는 단어도 다소 낯선 나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에는 유독 젊은 추모객들이 많다. 피해자 대부분이 20대이기 때문이다. 사망자 156명 중 20대가 104명이고, 10대도 12명이나 된다.
이군의 빈소만 해도 전날 교복을 입은 추모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무리 지어 쭈뼛쭈뼛 식장에 들어섰지만, 진심 어린 표정으로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 유족은 “장례식 자체가 처음인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다들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많은 친구가 슬픔을 나누러 와 줘서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서모(16)군 빈소에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들렀다. 이들은 로비에 모여 인사는 어떻게 하는지, 손은 어떻게 포개는지 등 조문 방법을 서로 상의한 뒤 빈소로 들어갔다. 서군 유족은 “친구들이 긴장한 탓인지 선뜻 영정사진 가까이 오지 못하더라”며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미리 경험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장례식이 어려운 건 20대도 마찬가지다. 전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김모씨는 “친구상은 처음”이라며 1층 키오스크(무인단말기)에 나오는 조문법을 꼼꼼히 읽었다.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도 20대 남녀가 로비에서 조문 방법을 검색했다. 여성 조문객은 “검은색 양말을 급히 편의점에서 구입해 갈아 신었다”고 했다. 빈소를 찾은 건 처음이었지만, 위로만은 진심이었는지 두 사람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추모를 마치고 나온 박모(24)씨는 “친구 아버지 연락을 받고 왔는데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다”며 “친구 부모님을 막상 뵈니 머릿속이 하얘져 제대로 애도도 못 하고 나왔다”고 털어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6명 중 68명이 발인을 마쳤다. 나머지 88명도 장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부상자 157명 가운데 36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