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참혹한 일이 없길 진심을 다해 기도합니다" 이태원역에 붙은 추모 메시지

입력
2022.11.02 12:20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닷새째인 2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은 조화 수 만 송이와 고인이 평소 즐기던 음식, 술 등이 빼곡히 놓여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벽과 철제 난간은 시민들이 손글씨로 적은 포스트잇 메시지 수 백 장이 뒤덮고 있다. 형태와 방식은 제각각이만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한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흰 국화와 메시지, 과자,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추모 물품들이 하나씩 쌓여가고 있다.

포스트잇에 적어 붙인 추모 메시지는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을 안타까워 하고 영면을 기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구조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죄책감을 담아 '죄송하다'고 쓴 메시지도 눈에 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꾸짖는 메시지도 있었는데, 누군가 '국가에서 치안을 중시하는데 안전을 무책임하게...아이들이 돌아가게(숨지게) 했냐'라고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


시민들은 포스트잇 메시지를 통해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주최가 없는 시민들의 대규모 자발적 행사에 안전과 관련해 정교한 매뉴얼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조속하게 실체화된 법적 체계를 구축하라'는 내용도 있었고, 사고의 원인이 된 자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분노에 찬 문구도 있었다.

이번 참사로 숨진 외국인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외국인 동료들이 직접 적어 붙이거나 이들을 추모하는 메시지도 많았다. 누군가 남긴 '이제는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이라는 기원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국무위원들과 함께 이태원공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이곳 추모공간을 찾았는데, 시민들이 적어 붙인 포스트잇 추모 메시지를 한참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살펴 보기도 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무수히 많은 조화 사이에 고인들이 평소 좋아했던 간식 등 다양한 음식들도 놓여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데 다양한 술과 우유, 초콜릿, 과자를 비롯해 콩나물국이나 구이김까지 준비한 정성이 느껴진다. 일부 시민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술을 따라 올리고 절을 하기도 했다.














고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