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질타를 받아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현안을 보고하면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사상자가 300명 이상 나온 대참사이고 책임을 피하는 듯한 태도에 대한 공분이 커졌음에도 재난 주무부처 장관이 사과하는 데 사흘이나 걸렸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 장관의 ‘늑장 사과’는 단순히 장관 개인 문제가 아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모면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이 장관은 전날까지도 경찰ㆍ소방 인력 부족을 이번 참사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경찰은 집회나 시위가 아니면 일반국민들을 통제할 법적ㆍ제도적 권한이 없다”고 두둔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함으로써 밝혀질 수 있다”며 이 장관을 엄호했다.
집회나 시위가 아니더라도 법은 경찰에 국민의 생명ㆍ신체 보호 의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이런 해명은 적절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참사로 인한 국민적 슬픔에 대해 정부의 공감 능력 부재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부에는 국민 안전 책임에 대한 무한대 의무가 있는데도 이런 태도는 마치 이 정부는 참사에 대한 사법적 책임만 모면하면 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참사 원인을 규명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책임자의 진솔한 사과가 바탕이 돼야 한다. 슬픔에 대한 공감대도, 책임감도 보이지 않는 이 장관과 같은 인물로 이번 참사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책임 추궁을 정치공세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국민들의 슬픔과 불안에 공명하는 낮은 자세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진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정쟁을 멈추기로 한 더불어민주당도 여당과 협조해 사고수습과 근본적 대책 마련에 힘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