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노동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에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정성을 이유로 직무성과급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2030세대 역시 반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교육비·의료비 등의 지출이 커지기 때문에 연차에 따라 연봉이 늘어나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5, 26일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임금노동자 466명)이 참여했고, 정부가 추진 중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물었다. 앞서 정부는 노동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결정 기준이 공정하지 않고, 동기 부여를 저해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중 직무성과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 추진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8.4%로, 찬성(26.2%)보다 32.2%포인트 많았다. 연령별 반대 응답 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8~29세 52.6%(찬성 19.3%) △30대 61.2%(찬성 24.9%) △40대 61.9%(찬성 25.3%) △50대 69.1%(찬성 20.2%) △60대 45.8%(찬성 41.7%) 등으로 나타났다. 젊을수록 직무성과급제에 긍정적이라는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공서열 중심의 기존 임금체계에 찬성하는 응답자도 38.4%로, 반대(32.9%)보다 5.5%포인트 많았다.
한국노총은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나이가 들면서 지출이 커지는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식료품비 등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이 들수록 점점 돈을 쓸 곳이 늘어나니, 연공급제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노동자의 근속 기간과 연령이 늘어날수록 부양가족의 교육, 의료, 주거 등 가계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가구주인 노동자의 임금에 의존하게 된다"면서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에 대한 문제는 근속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초임을 높이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쪽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무·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해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 반발도 원인으로 꼽힌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성과급은 정확한 결과가 산출되지 않는 한 평가가 어렵고, 역량 개발은 물론 협업까지 방해해 팀워크도 저해한다"면서 "직무의 가치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직무급제는 평가, 관리, 임금 수준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산별교섭과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실현되기까지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