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숨 막히게 했던 내 성격, 지금은 '공감 대왕'

입력
2022.11.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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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느 환우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성격, 아는 만큼 행복해진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행복하려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내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 다른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내 성격과 다른 사람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성격의 다름과 그에 따른 행동을 인정하면 그만큼 줄어든다."

한 사람의 삶의 방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격을 알려면 요즘 유행하는 MBTI를 비롯해 여러 가지 성격유형검사를 해보면 된다. 심리상담에서는 DISC 성격유형검사나 에니어그램 테스트 결과를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코칭 관점에서 개인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는 갤럽 강점 진단(갤럽 클리프턴 스트렝스·Gallup Clifton strengths)이라는 것도 있다.

강의를 앞두고 환우회 회원들에게 DISC 검사를 해보도록 했다. DISC 성격유형은 크게 주도형(Dominance), 사교형(Influence), 안정형(Steadiness), 신중형(Conscientiousness)의 4가지로 나뉘는데, 환우회 회원들의 성격은 내 예상대로였다. 지난 2월부터 매월 한 번씩 강의를 했는데, 회원 대부분은 줌 화면을 켜지도 않고, 말을 시켜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내향적) 안정형, 신중형의 특징이다. 처음엔 "얼굴 표정을 서로 보면서 상호 대화를 나눠야 강의 효과가 훨씬 좋다"고 설득하다가 실망하기도 했는데, DISC를 통해 확인하니 그분들이 이해가 됐다.

성격이 다른 사람끼리 만나면 그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겨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성격대로 관계를 끌고 가려고 한다면 백발백중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과 합이 잘 맞고 어떤 성격유형의 사람을 싫어하는지, 내가 관계 맺는 사람은 어떤 성격을 지녔고 그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챈다면 우리는 다른 성격으로 인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수준까지 성숙해진다면, 성격이 상극이라고 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 성격은 DISC의 신중형이고, 에니어그램의 1번 유형(개혁가형)이다. 갤럽강점 34개 항목 중 상위 5가지에 책임, 성취, 실행력이 들어 있다. 검사는 안 해봤지만 MBTI 유형은 ESTJ(외향-감각-사고-판단, 사업가형)가 아닐까 싶다.

나는 일 중심적이고 맡은 일이나 자신이 세운 목표를 완벽하게 해내려고 한다. 규범, 원칙을 따지기를 좋아하고 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한 기준과 목표를 요구한다. 공감, 소통은 뒷전이다.

이런 성격 탓에 나는 공감, 소통을 중시하는 사교형 사람들을 숨 막히게 만든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반대로 무책임해 보이고 자유분방한 그들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나는 DISC의 신중형, 에니어그램 1번 유형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도를 수시로 한다. 의도적으로 인정, 칭찬, 공감의 언어를 틈나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감정 표현을 과하게 할 때도 있다. DNA처럼 몸에 박히고 오랜 습관으로 굳어진 내 성격이 완전히 바뀌진 않겠지만, 지난주 코칭을 하며 들었던 고객의 칭찬 한마디가 내게 용기를 줬다. "와, 홍 코치님은 정말 공감의 대왕이세요!"


홍헌표 캔서앤서(CancerAnswer)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