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게임 개발사 스프라이 폭스(Spry Fox)를 인수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프라이 폭스는 전투나 대결이 없는 건전한 내용의 '코지 게임'을 주로 만드는 곳이다.
스프라이 폭스는 지난해 7월 게임 사업에 진출했던 넷플릭스가 인수한 여섯 번째 게임 회사다. 넷플릭스는 올 해 3월 넥스트 게임즈(Next Games) 인수에만 7,200만 달러(약 1,021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엔 핀란드에 새 게임 스튜디오를 여는 등 게임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게임은 일반 멤버십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 즐길 수 있다. 지난 1년간 출시된 게임 수만 30여 개에 달하지만, 동영상에선 큰 성공을 거뒀던 넷플릭스는 아직까지 게임 쪽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앱 분석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8월 기준 넷플릭스 게임의 일일 평균 이용자는 170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구독자 수가 총 2억2,000만 명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넷플릭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전체 가입자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게임으로 이용자를 사로잡아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할 가능성이 줄이고, 나가아 신규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게임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인지도 높은 지적재산권(IP)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게임으로 출시한다는 얘기다. 인기 지속 기간이 짧은 동영상 콘텐츠와는 달리, 게임은 콘텐츠 수명이 훨씬 길다는 장점도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던 넷플릭스는 애플·디즈니 등과의 경쟁 심화로 누적 구독자 감소 현상을 겪으며, 미래 성장성이 매우 불투명해진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일단은 게임으로 동영상 쪽 시장을 떠받치면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 게임을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이어가겠다는 게 넷플릭스의 복안이다. 넷플릭스 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마이크 베르두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과거에도 '하우스 오브 카드'같은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기 전까지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며 "당장 히트하지 않더라도, 점차 인지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