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위탁생산(EMS) 업체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도 위탁생산한다. 주요 고객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앞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거론된다. 다만 '애플카' 생산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31일 '전기차 위탁생산에 발 딛는 폭스콘'이란 제목의 산업 동향 보고서를 이와 같이 밝혔다. 폭스콘은 지난해 EMS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는 1위 업체다. 반도체 위탁생산자인 TSMC와 더불어 대만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애플·구글·소니 등 다국적 기업의 전자제품 위탁생산을 수행해왔다.
폭스콘은 2020년 자회사를 설립한 이후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연이어 공개하며 완성차 생산 역량을 대내외에 알렸다. 2021년 10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세단·버스 형태의 배터리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올 10월에는 2개 모델(해치백·픽업트럭)을 추가 공개해 완성차 풀 라인업 생산 역량을 과시했다.
한자연은 폭스콘이 자체 브랜드의 완성차보다는 자동차 위탁 생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모듈러 설계에 초점을 둔 전기차 플랫폼 'MIH'는 파트너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한자연 측은 "폭스콘은 MIH 플랫폼으로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위상을 점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스콘은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5%(약 105만 대)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한자연은 폭스콘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규모의 경제에 따른 제조원가 우위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완성차 업계들의 2025년 전기차 생산량 목표가 대부분 100만 대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한자연 측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자동차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이 완성차 시장에 도전하면 폭스콘의 생산 능력이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며 "하지만 애플은 자사 고유의 제품 설계·생태계를 선호해 폭스콘으로 완성차 시장에 진입해도 주도권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