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 여파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준비한 각종 축제와 행사를 연기·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3년 암흑기를 보낸 끝에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들이 무산될 상황에 놓이자 '묘수 찾기'에 나섰다.
경북 청송군은 이달 2~6일 청송읍 용전천 일원에서 열기로 한 사과 축제를 1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취소 의견이 있었지만,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는 특산물 행사를 없던 일로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축제 담당 직원은 지난달 31일 “농산물 축제는 특산물 홍보와 판로 확대 수단으로, 지역민 생계가 걸린 행사”라며 “참사에 대해선 애도하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하기에 최대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송군처럼 축제의 주체와 주인공들이 지역 주민인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국가 애도기간인 5일 예정된 부산불꽃축제를 무기한 연기한 부산시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부산시 관계자는 “연기한다고 했지만 언제쯤 다시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축제 입장권 환불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를 다시 열기 위해선 해외 초청팀과의 일정 조율 등 행사 전반에 대해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가 애도기간 선포 이후 부산시는 이날 오전까지 불꽃축제 개최 여부를 두고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행사가 열리는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상인과 업주들 의견도 들었다. 개최 여부를 빨리 결정하는 게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불꽃축제는 2005년 APEC 정상회의 기념행사로 시작해 부산의 대표적 국제행사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전에는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지자체가 많다 보니, ‘행사 축소’를 선택한 지자체의 고민도 더 깊어지고 있다. 지역 단체장이 공감능력이 부족한 시장·군수로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5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하면서 강행 부담은 더욱 커졌다.
대전시가 올해 처음 개최하는 ‘국제 캐릭터 앤 콘텐츠 페어’를 축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콘텐츠 관련 기업 교류의 장으로, 70여 개 업체가 참여하기로 했다”며 “개막식과 애니메이션 노래대회, 코스튬플레이 등은 없애고, 각 프로그램 시작 전에 추모 행사를 치른 뒤 차분하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르기로 했지만, 후폭풍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1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국가 애도기간에 ‘군민의 날’ 행사를 치르기로 한 전남 진도군은 축제를 추모제로 전환해 행사를 이어간다. 오후 6시부터 진도향토문화회관 광장에서 사망자 넋을 위로하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빌기 위한 진도 씻김굿 등 추모제를 연다. 김희수 진도군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씻김굿 공연을 한 바 있다”며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씻김굿으로 행사를 치른다면 국민들도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