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희생자 애도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 인재(人災)의 성격이 있는 만큼 애도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정치 공세로 비치면 역풍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3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관련자에 대해 본격적인 비판에 나섰다. 사고 수습과 위로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던 전날과 달라졌다.
이재명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정부 당국은 ‘나는 책임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로 국민을 분노케 하는 게 아니라 낮은 자세로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주시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전날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발언으로 책임 회피 지적을 받은 이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 장관 발언에 대해 “많은 언론과 국민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오 시장이 사고 당시 유럽 출장 중이었던 점을 부각하며 "서울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오 시장은 외유 중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당 지도부는 진상 규명 행보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태원 사고 현장을 방문해 최성범 용산 소방서장에게 △사고 현장을 비롯한 인근 도로에 차량 통제를 안 했던 이유 △사고가 발생한 경사로를 임시로 일방통행로로 통제하지 않았던 이유 등을 상세히 물었다. 민주당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이번 참사를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했던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유족과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을 대변해야 하는 것이 야당 역할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애도와 위로→현황 파악→원인 규명→책임자 추궁’ 순으로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 장관과 오 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책임 추궁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 민주당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자제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비판이 터져나오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치권이 너무 앞서 나가면 참사를 정쟁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 고위 관계자는 "국민적 의구심과 분노가 저절로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앞서가면 정쟁으로 흘러 보수층 결집만 부를 수 있다"며 "철저히 여론의 요구 수준에 발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내 기구보다는, 여야가 함께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와 서울시의회를 중심으로 진상 규명에 나서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11월 1일 이 장관과 경찰·소방 최고책임자를 불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업무 보고를 받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첫 전장이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