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생존자' 이태원 참사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

입력
2022.10.31 13:10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저자 이선민씨
"명백한 인재.. 당신 잘못 아냐" 피해자·유족 위로 
"현장 수습한 소방관 트라우마 국가가 돌봐야"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인 이선민씨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죽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밤"이라고 애통해했다.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며 "이번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뼈있는 말도 남겼다.

'산만언니'라는 필명으로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한 이씨는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뷰 요청이 자꾸 와서 대신 서면으로 입장 밝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제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 희한하다. 멀쩡한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다가 혹은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려다 느닷없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며 "종일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어째서? 왜? 또? 라는 물음만 떠오를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어떤 말이라고 위로가 되겠나. 차마 입 밖으로 아무 말도 안 나온다. 그저 먹먹하기만 하다.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고 위로했다.

그는 "이 일도 제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앞서 다른 모든 무고한 참사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그러했듯이"라며 "불시에 명을 달리한 분들의 죽음에 또 가족을 잃은 그 비통함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이전에 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을 실사판으로 함께하는 것 같다. 위험천만한 생존게임을 매일 반복하며 나와 내 가족은 안 죽을 거야 막연하게 생각한다'고 했던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다. 사람이 사람에게 깔려 죽었다. 명백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 트라우마센터 포럼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직업적 트라우마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복을 입었을 뿐 그들 역시 사람이구나 했다"며 "이번 이태원 사고 현장을 수습했던 소방관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