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미 하원의장 "남편 피습사건에 트라우마 빠져"

입력
2022.10.31 07:28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남편에 대한 공격으로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29일 밤(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폭력적인 남성이 우리 집에 침입해 나와 대면할 것을 요구하고, 남편 폴을 잔인하게 공격했다"며 "우리 아이들, 손주들과 나는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으로 비탄과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는 지난 28일 샌프란시스코 자택에 침입한 괴한에게 둔기로 맞아 두개골 골절 등으로 긴급 수술을 받았다. 당시 괴한은 '낸시는 어디 있느냐'며 하원의장을 찾으면서 폴을 둔기로 내리쳤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당시 펠로시 의장은 워싱턴에 있었다. 펠로시 의장은 "여러분의 따뜻한 기도가 우리 가족에게 위안이 되고 폴이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의 상태는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42세의 데이비드 데파페로 알려진 괴한은 침입 당시 케이블타이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CNN이 한 소식통을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괴한은 케이블타이로 폴을 묶은 뒤 펠로시 의장이 오기를 기다리려고 했던 것으로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

소식통은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이는 지난 대선 직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의회 난입 때에도 수많은 폭도가 의사당 내에서 케이블타이를 들고 있는 게 목격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트럼프가 사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 중간선거와 브라질 대선, 마러라고 리조트 압수수색 등에 대해 글을 올렸지만, 하원의장 남편 공격 사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입장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사건을 "끔찍하고 역겹다"고 했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비난 언급을 내놨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펠로시 의장에게 연락했다면서 그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젠 이스털리 국토안보부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 국장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 중간선거와 관련해 "위협 상황이 매우 복합적"이라며 "사이버 위협, 허위 정보, 내부자에 의한 위협, 선거 관리자와 투표소, 유권자에 대한 괴롭힘과 협박 및 폭력에 따른 위협 등이 있는데 이런 행동은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선거 폭력 위협을 경고한 것에 대해서는 "선거 기반 시설을 방해하거나 손상하려는 특정하거나 믿을 만한 위협에 대한 정보는 없다"면서 "주와 지방 관리들이 투표시스템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경고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 남편 사건에 대해서는 "끔찍하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안보부 등 연방기관은 최근 합동으로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중간선거에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각 주에 경고했다. 이들은 "중간선거 이후 부정선거 인식과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이 반대 진영이나 선거 관리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폭력 위협 고조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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