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부자의 자산기준과 그들의 소득, 소비 등을 알아보았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목표로 해야 할 삶의 모습을 미리 살펴본 것이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자산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보통 자산관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재산이 많은 부자들이 대상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초년생이나 중산층처럼 충분한 자산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치부하기 쉽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최근 2022년 중산층서베이(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를 통해 자산관리를 하는 그룹과 하지 않는 그룹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자산관리를 하는 그룹이 순자산이 더 많고, 저축률도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소득계층이나 학력 등으로 구분해서 보아도 마찬가지인 결과를 보면 조건에 관계없이 자산관리의 실천이 가구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점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부자라서 자산관리를 한 것이 아니고, 자산관리를 했기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는 논리가 좀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누구라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자산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자산관리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경제적 역량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적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 하겠습니다.
자산관리의 구조를 살펴보면 이해가 좀 더 편하실 겁니다. 자산관리란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발생시키고 필요한 일부를 소비한 뒤 남는 여유자금을 저축이나 투자를 통해 늘려가는 과정입니다. 적은 소득으로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돈에 대한 관리는 이루어지게 되고, 대처방법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미래의 경제적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자산관리의 시작점은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생활 초기, 본격적인 자산형성이 되기 이전에 소비관리는 미래의 자산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자산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소비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주춤해졌지만 올해 초반까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명품 플렉스(Flex)’나 ‘오픈 런(Open Run)’과 같은 조금 과한 소비 트렌드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행위는 경제적인 관점 외에 사회적인 측면도 작용하기에 이러한 모습을 무조건 잘못된 행태로 단정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순수하게 자산관리 관점에서 분석해볼 테니 어떠한 소비습관을 만들어갈지는 각자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소비행태 중에 ‘래칫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래칫(ratchet)은 한쪽 방향으로만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뜻하는데, 소득에 관계없이 이미 한 번 올라간 소비수준이 쉽게 낮아지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대로 돌지 못하는 래칫 톱니바퀴에 비유한 용어로 사람들의 소비는 심리적으로 더 좋은 재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예컨대 소형차를 타다가 중형차로 바꾸게 된 경우 다음 자동차 구매시 더 좋은 대형차나 신형차로 갈아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소득 상황이나 소비 효율성을 고려해 소형차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오더라도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 래칫효과가 있기 때문에 소비수준을 최대한 낮게 시작하는 것이 자산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돈을 버는 이유가 원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를 하면서 살기 위한 것인데 소비를 절제하기만 하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관리의 핵심은 무조건 소비를 적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눈높이를 낮추어 소비활동을 시작하라는 데 있습니다. 나이가 들고 가계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일정 수준까지 자연스럽게 소비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생애자산관리 구조상 30대에는 쌓아 놓은 자산은 적지만 소득이 지출보다 많은 구조로 저축을 하지 않는 이상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여유를 전부 소비로 연결시키면 자산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30대에 형성된 소비습관이 40대 이후 자산관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은퇴 이후 삶의 질까지 얼마든지 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행태경제학에서 말하는 시간선호란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보다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선호하는가에 대한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일수록 미래보다는 현재 소비를 좋아하는 ‘양의 시간선호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다 나이가 들고 은퇴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소득이 감소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면 현재보다 미래소비를 위해 저축하려는 경향이 많아집니다. 일을 안 해도 소득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닌 이상 ‘래칫효과’를 생각해 보았을 때 현재 소비를 마냥 선호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적 미래가 불투명해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래칫효과’가 두려워 현재 소비를 무조건 포기해야만 할까요?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비관리를 포함해 자산관리를 하다 보면 생애 전반에 걸쳐 누릴 수 있는 소비효용은 오히려 증가하게 됩니다.
여기 매월 200만 원을 버는 두 사람을 가정해보겠습니다. 미래를 위해 매월 100만 원씩 저축하고 나머지 100만 원만 소비하는 한 사람이 있는 반면 월 200만 원을 모두 소비하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현재 시점 기준으로는 당연히 월 100만 원만 소비하는 사람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빈곤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매월 100만 원을 연 5% 수익률로 운영한다고 가정했을 때 7년 뒤 약 1억 원의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월 100만 원을 저축한 사람은 소비수준을 월 200만 원으로 올려도 종잣돈 1억 원은 운용을 통해 계속 불려 나갈 수 있게 됩니다. 투자의 복리효과를 감안했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증가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게 되고, 나중에는 소비를 월 200만 원 이상 수준으로 올려도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와 달리 월 200만 원을 모두 소비하는 사람은 평생 그 수준을 넘어설 수 없고 자산을 모을 기회도 없어져 버리게 됩니다. 소득이 따로 늘어나지 않는 한 소비수준이 고정될 수밖에 없고, 소득이 단절되기라도 한다면 경제적 수명이 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소비관리를 통한 자산관리가 오히려 생애소비에 더 많은 효용을 누리게 해줄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가끔 미래소득을 확정적으로 가정해 현재 소득수준을 넘어선 소비행태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지속적인 소득원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습관은 인생 후반기를 어렵게 만들 확률이 높습니다. 평생 절대적으로 소비를 절제하며 살라는 게 아닙니다. 타이밍을 조금만 늦추고 생애소득주기를 고려한 적정한 소비를 하면서 살다 보면 길어진 인생에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일시적인 소비욕구를 빨리 해소하려는 생각이 자산관리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경제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2030세대의 소비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자산관리를 통해 부자가 되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1차적으로 종잣돈 1억 원을 만들기까지는 가능한 한 절약하며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기간에는 대략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의 30~40%를 적정 소비수준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1차 종잣돈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2차 목표(5억~10억 원)를 정해 당분간 소비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소비수준은 가처분소득의 50~60%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종잣돈이 자산관리를 통해 충분하게 증가해 5억 원 이상으로 늘어났다면 근로소득 등으로 벌어들이는 인적소득의 80% 이상을 가용한 소비수준이라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이때쯤이면 탄력이 붙은 자산증가 속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산목표를 더 늘려 잡을 것이고, 이미 형성된 소비습관에 여전히 저축과 투자가 지속되고 있을 것입니다. 소비의 첫 단추를 잘 끼우면 전반적으로 효율적인 생애자산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종잣돈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계획을 세워 먼저 저축을 하고, 그에 따른 소비수준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첫 월급을 받는 그 순간, 자산관리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