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인수한 트위터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트위터를 비상장 회사로 만들어 당국 규제를 피하려 하는 데 이어, '반머스크' 성향의 임직원을 대량 해고해 회사를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폭력 선동을 이유로 트위터 계정을 강제 삭제당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트위터의 변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머스크는 자신이 오너가 되면서 회사의 발전을 가로막던 것들이 없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새는 풀려났다(bird is freed), 즐겁게 지내자"라고 적기도 했다. 새는 트위터를 상징하는 로고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NYT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를 자처한 머스크에 트위터가 인수되면서 불확실한 길을 걷게 됐다"고 지적했다. 향후 트위터에서 정치적 극단주의와 폭력성 발언 등이 횡행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계정 영구 금지 등 엄격한 콘텐츠 통제를 비판한 바 있다.
트위터의 경영 투명성도 이전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머스크는 앞서 예고한 대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트위터의 상장폐지를 신청했다. 소유주인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트위터를 개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트위터가 비상장 회사가 되면, 실적 등 회사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상장회사에 엄격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도 대부분 피할 수 있다.
트위터 직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원의 75%를 해고하겠다고 한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 트위터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머스크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이미 파라그 아그라왈 전 CEO와 네드 시걸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고위 임원을 대량 해고한 상태다.
반면 트위터의 이런 변신을 환영하는 인사도 있다. 지난 1월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트위터 계정이 삭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인 ‘트루스 소셜’ (Truth Social)에서 “급진 좌파와 미치광이가 트위터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게 돼 행복하다”고 적었다.
한편 머스크가 규제를 피해 트위터를 운영하려고 하자, 유럽연합(EU) 등 외국 규제 당국은 머스크에 속속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유럽에선 새가 우리의 규칙에 따라 난다"면서 불법 콘텐츠에 벌금을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법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의 전자정보기술부 장관도 머스크를 겨냥해 "플랫폼 소유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규칙과 법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