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용 진술 거부하자 '이재명 득표율'까지 내밀었다

입력
2022.10.3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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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진술 거부하자 대장동 사업 거슬러 물어
번번이 낙선…"대장동 내세워 시장 당선" 분석
김용·유동규 기여한 투표구 득표율까지 제시
"대장동 사업을 정치적 필요로 추진한 것" 의심
김용 측 "돈 전달 물증 제시 없어… 무리한 수사"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득표율 변화 추이까지 제시하며 대장동 사업과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 배경에 '대장동 일당'과 김 부원장의 적극 지원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 대표를 대장동 사업의 수혜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구속된 김 부원장이 진술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이 대표가 정치에 뛰어든 2005·2006년부터 그가 치른 선거와 대장동 사업과의 상관관계를 따져 묻고 있다. 대장동 사업 관련 성남시의 도시기본계획은 2005년 처음 승인됐고, 이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에 출마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이 대표의 선거 이력과 득표율 수치까지 제시하며, 대장동 사업을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06년 지방선거에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득표율 23.75%로 낙선했으며, 2008년 총선에선 성남분당갑 후보로 출마했지만 33.23%의 득표율로 고배를 마셨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51.16%로 당선된 배경에 대장동 개발 공약과 그에 따른 김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 부원장을 조사하면서 2009년 8월 이 대표가 공동대표였던 성남정책연구원이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을 때 김 부원장 및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제시했다. 김 부원장은 당시 야탑3동 매화마을 2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으며, 유 전 본부장은 정자2동 한솔5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5월 분당 리모델링 추진연합회장 시절 이 대표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선언도 했다. 검찰은 이때부터 이들이 개발사업을 연결고리로 사실상 '정치적 동지'가 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0년 선거 때 한나라당 텃밭이자 민주당 열세지역이던 분당구에서 44.63%의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탑1·2동과 정자1·3동에선 상대에게 뒤졌지만,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이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한 야탑3동과 정자2동에선 이례적으로 이 대표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가 55.05%로 재선에 성공한 과정도 살펴보고 있다. 김 부원장이 이 무렵 대장동 일당에게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유 전 본부장→김 부원장→이재명 대선캠프'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규명하기에 앞서 1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이들의 끈끈한 관계를 따져보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 이력에서 대장동 사업의 중요성을 들춰내, 대장동 일당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부원장 측은 "검찰이 물증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이 대표 측근들의 합류 과정을 대장동 사업과 연결해 해석하는 것 같다"며 "김 부원장 공소장에 이 대표의 정치 이력까지 결부시켜 기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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