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던 일부 시민들이 구급차 옆에서 단체로 노래 부르거나 사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 가게들이 영업했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는데, "사고 초기 사태의 심각성이 파악되지 않았던 때 상황"이라고 반박하는 글도 보였다.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 구급차 근처에서 일부 시민들이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떼창'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재됐다. 손을 흔들거나 휴대 전화로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 클럽 내부의 사진을 올렸는데, 전면에 '압사 ㄴㄴ 즐겁게 놀자'라고 쓰인 듯한 화면이 보였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공분했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심각성을 전혀 몰랐던 상황에서 과장되거나 왜곡된 주장이라는 취지의 반박 글도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는 '오늘 이태원 참사를 차분하게 적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장에 있었다'는 작성자 A씨는 "한강진 로터리에서 대략 오후 10시 20분쯤 엄청 막혔고, 한 시간이 밀려서 차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구급차가 두대 지나갔다"며 "그때만 해도 폭행이나 주취 사고인 줄 알았고, 인터넷도 안 터져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또 "사건 현장에서 사이렌에 춤췄다면 알고 춘 게 아닐 겁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압사사고 사상사 십여 명 정도로만 알았다"며 "일어나선 안 되는 사고지만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니 취중 폭행인지 아니면 낙사인지 몰랐다"고 적었다.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사고 현장은 해밀턴 호텔 바로 옆 좁은 골목길이었고, 그 주변의 넓은 이태원 거리와 도로에서는 상황을 잘 모르고 노래부르거나 춤추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라는 얘기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이태원 사건 지금 알려진 거랑 다른 부분(내가 직접 목격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사고 직후 사고 인근 가게들은 음악 껐고, 경찰들도 와서 끄게 함. 다들 숨 죽이고 사고 현장 보고 있었다"며 "일반인들이 다 나서서 길 터주고 CPR하고 가게들도 물이며 구급대원들 필요한 것 다 줬고 일반인들이 들것 구급대원들이랑 같이 들고 나갔음"이라고 적었다. 이어 "물론 무개념도 영상에 있더라"면서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사고 현장 골목은 다들 CPR하느라 바빴었다"고 말했다.
또 '사고 나고 가게 안에서 구경하더라'라는 일각의 주장에도 "사고 난 후 가게 사람들은 아예 못 나가게 통제했다"며 "더 큰 일 안 나고 길도 터줘야 하니까 못 나가고 보고만 있던 것이고, 가게 안 사람들도 울고 걱정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무개념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