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유독 심해지는 ‘건선’…환자 2명 중 1명 “치료비 부담 느껴”

입력
2022.10.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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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국내 건선 환자는 지난해 15만8,986명으로 하루 평균 435.6명이 병원을 찾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4년 전인 2017년 16만8,688명보다는 1만 명 가까이 줄었지만(9,702명), 아직도 적지 않은 인원이 병원을 찾은 셈이다.

건선은 체내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발현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각질이 겹겹이 쌓여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거나 붉어지는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전염성은 없지만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다 보니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스스로 위축되는 환자가 많다. 건선 환자에서 우울증 빈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 만큼 건선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다.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기에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건선성 관절염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ㆍ대사증후군 같은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건선 환자는 개별 증상ㆍ상태에 따라 피부에 바르는 국소도포제와 광(光)치료법, 전신에 작용하는 약물 요법 등으로 치료를 받는다.

최근에는 건선과 관련된 특정 면역 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ㆍ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여럿 나오면서 치료 효과가 높아졌다. 체내 면역 반응 조절에 관여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IL)-12 또는 23, 17 등을 억제하는 약물들이 시판 중이다.

그 결과, 건선 중증도 평가에 쓰이는 PASI(Psoriasis Aria and Severity Index) 지수 100을 치료 목표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PASI 100은 건선의 침범 범위 및 기저치 대비 100% 개선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피부가 완전히 깨끗해진 상태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건선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더라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날씨에는 증상이 악화되기 쉬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우유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겨울은 날씨가 춥고 건조한 데다 일조 시간이 짧아 피부 증상이 더욱 도드라진다”며 “비슷한 각질성 피부 질환이 많은 만큼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병원을 정기적으로 제때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편, 건선 환자 2명 중 1명은 불충분한 치료 효과와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 환자 모임인 한국건선협회는 ‘세계 건선의 날(10월 29일)’을 맞아 세계건선연맹(IFPA)과 협력해 한국ㆍ홍콩, 말레이시아 등 3개국 건선 관련 환우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건선이나 건선성 관절염을 앓는 아시아 환자와 보호자 635명이 참여했다면 한국 응답자는 233명이었다.

건선 치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6%는 불충분한 치료 효과를 꼽았다. 경제적 부담이라는 응답은 52%. 근소한 차로 2위에 올랐다. 그중 치료비 부담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7%였으며,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 또는 줄이거나 치료비를 빌린 적이 있다는 응답도 26%나 됐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선 치료 목표를 물었을 때 ‘피부 깨끗해짐 유지’라는 응답이 77%로 가장 많았다. ‘완전히 깨끗해짐’이란 응답도 68%에 달했다. 다음으로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27%)·피부가 빠르게 깨끗해짐(27%)ㆍ동반질환 개선(25%)ㆍ병원 진료 횟수 감소(22%) 등의 순이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