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3조 확보·과매도 주의 당부... 금융당국 총력전

입력
2022.10.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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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안펀드 다음 주 3조 원 실탄 확보 예정
기관들에 "과매도 주의… 시장 안정 당부"
P-CBO "국민연금이 매입해주길"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 3조 원 규모의 실탄을 재장전한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 '과매도 주의'도 당부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연일 총력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채안펀드 재장전… 1일 5대 지주 회장 간담회

28일 금융위원회는 채안펀드에 3조 원 규모의 1차 추가 캐피털콜(펀드자금 요청)을 다음 주중 마련하기로 했다. 총 20조 원 규모로 마련된 채안펀드의 실탄을 확보하는 작업이다. 채안펀드는 24일부터 가용 자원 1조6,000억 원을 우선 투입한 바 있다. 전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자금을 투입한 데 이어, 향후 시장에서 소화가 어려운 회사채·여전채 등 매입도 재개할 예정이다.

사태 수습을 위한 업권별 간담회도 잇따라 열렸다. 이날 당국은 보험권을 만나 보험사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유동성 자산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달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부업권에 대해선 서민층 신용공급이 줄어들지 않도록 유동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채 발행 물량 축소를 위해 일괄신고서 규제도 이날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다음 달 1일엔 5대 금융지주회장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P-CBO 사주길"… 응할지는 미지수

당국은 주요 시장 참가자인 기관투자자에 '과매도' 당부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날 열린 화상 간담회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 10여 곳이 참석했다.

기관투자자는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단기금융펀드(MMF)를 활용해 단기자금을 운용하는데, 최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MMF를 환매하는 규모가 늘고 있는 추세다. MMF 환매는 CP 매도로 이어져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에 들고 있던 채권을 과도하게 매도할 경우, 채권 공급 확대로 금리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당국 관계자는 "불안 확산 국면에 대형 기관투자자까지 휩쓸릴 경우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평소 이상의 환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에 대해선 유동화회사보증(P-CBO) 매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는 채권으로 최고신용등급(AAA)으로 발행된다. P-CBO는 통상 국민연금이 일정 부분을 사주는데, 전날 국민연금이 매수하지 않으면서 5,400억 원 발행액 중 1,400억 원이 미매각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국 관계자는 "전체 시장이 무너지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도 연기금"이라며 "불안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당국 요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다른 고수익 투자처를 외면하고 당국 요청에 따라 공적 성격의 투자를 감행할 경우, 수익성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P-CBO는 지침상 투자 가능한 상품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