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전 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여러 기능을 하나로 합친 제품이다. 기존 제품이 먼지 흡입, 걸레질 등을 각기 다른 제품으로 분리해 수행했으나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먼지 청소와 물걸레질, 걸레 세척과 건조 등을 하나로 해결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 스마트폰 앱까지 결합해 진일보한 기능으로 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다 보니 가격이 비쌌는데 최근 에코백스에서 '디봇 T10 옴니'를 국내 출시하며 150만 원대였던 올인원 로봇청소기 가격을 110만 원대까지 끌어내렸다. 올인원 로봇청소기의 가격 파괴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올인원 로봇청소기의 대명사 격인 디봇 T10 옴니는 크게 스테이션과 로봇청소기 두 가지로 구성된다. 스테이션은 로봇청소기가 머물며 알아서 충전하고 먼지통을 비운 뒤 걸레 세척과 건조를 하는 집 같은 곳이다. 이를 위해 스테이션 내부에 급수통과 오수통, 먼지통이 들어 있다.
T10 옴니 로봇청소기는 스테이션과 로봇청소기 버튼을 누르거나 스마트폰 앱, 음성 명령을 이용하는 등 3가지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외부에서도 특정 구역을 지정해 청소할 수 있고, 작동 중 일시 정지, 충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T10 옴니를 처음 가동하면 실내 공간을 돌아다니며 인식해 AI가 지도로 만드는 매핑 작업을 한다. 지도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특정 구역별 청소 지시를 할 수 있고, 앱을 통해 현재 로봇청소기 위치와 하는 일도 파악할 수 있다. 앱을 활용하면 외부에서도 T10 옴니를 작동할 수 있고, 로봇청소기에 부착된 천체 사진촬영용 광학 카메라를 통해 실내 공간을 볼 수 있다.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해 우리말이나 영어로 T10 옴니를 작동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말 인식이 완벽하지 않아 거실 청소를 지시했는데 침실로 이동하는 등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혼선 방지를 위해 이용자가 공간 명칭을 임의로 작명하는 기능을 지원하면 좋을 텐데 당장은 지원하지 않는다.
T10 옴니를 뒤집어 보면 바닦에 먼지 흡입을 위한 솔과 걸레질을 위한 둥근 원형 패드가 앞뒤로 달려 있다. 앞에서 솔이 먼지를 쓸며 흡입하면 뒤에서 분당 180번 회전하는 패드가 물걸레질을 한다.
T10 옴니를 작동하면 스테이션에서 출발 전에 걸레를 물에 적시는 작업을 먼저 한다. 이후 이동하며 청소를 하고 걸레가 더러워지면 알아서 스테이션으로 복귀해 세척한다. 세척이 끝나면 청소가 중단된 지점으로 다시 찾아가 거기서부터 청소를 재개한다. 청소를 마치면 스테이션으로 복귀해 먼지통을 비우고 걸레를 세척한 뒤 세균이나 악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섭씨 40도의 뜨거운 바람으로 건조한다.
AI의 발전으로 과거처럼 로봇청소기가 한 곳을 맴돌거나 특정 장소만 청소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에코백스는 자율주행 및 공간 파악을 위한 AI 반도체 '호라이즌 선라이즈3' 프로세서와 첨단 레이저 감지기를 T10 옴니에 내장했다.
첨단 기능이 집약된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미국과 중국의 세계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3,900억 원)였던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8%씩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절대 강자는 아마존이 인수한 미국 아이로봇이다. 점유율 40%로 1위를 달리는 아이로봇을 2위인 중국 에코백스가 시장 점유율 18%로 뒤쫓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10% 미만이다. 추격자인 에코백스는 올인원 로봇청소기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업체들은 속내가 복잡하다. 중국 제품들이 품질 우려가 있다고 애써 폄하하면서도 시장 확대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보급형으로 재미를 본 중국업체들이 올인원 로봇청소기로 고급형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며 "중국업체들은 시장을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