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칭화대 후배이자 환경 전문가인 천지닝(58) 베이징시 시장이 상하이시 당서기로 전격 발탁됐다. 상하이 당서기는 중국 최고 지도부 입성의 지름길이다. 리창 현 상하이 당서기가 이번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중국 권력서열 2위인 국무원 총리직을 예약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28일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리창이 상하이시 당서기를 겸임하지 않는다고 전하며 "천지닝이 후임자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천지닝은 27일 베이징 생활을 정리하고 상하이시에 도착했다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지린성 출신인 천지닝은 당대회에서 공산당 중앙정치국원(24명)으로 선출되며 지위가 껑충 뛰었다. 그는 칭화대 동문 그룹인 '칭화방' 멤버이지만, 리시 광둥성 당서기, 황쿤밍 당 중앙선전부장, 장궈칭 랴오닝성 당서기 등 다른 칭화방 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상하이시 당서기는 중앙 정계 진출이 보장된 자리다. 1987년 이후 상하이 당서기 출신 9명 가운데 8명(2008년 부패로 투옥된 천량위 제외)이 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7명)에 이름을 올렸다. 시 주석 역시 상하이시 당서기 출신이다. 정치국에 새로 입성한 천지닝이 상하이시 당서기까지 거머쥔 것은 시 주석이 그를 키워 주겠다고 작정했다는 뜻이다. 천지닝은 상하이에 별다른 연고가 없다.
과학기술 전문가를 중용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천지닝은 중국 정계에서 손꼽히는 환경 전문가이다. "베이징에서 맑은 하늘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게 한 사람"(셰마오송 타이허연구소 선임연구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칭화대에서 환경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12년 칭화대 총장을 거쳐 2015년엔 환경부장(장관)을 지냈다.
SCMP는 "중국 경제 수도의 최고직에 천지닝을 임명한 것은 과학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을 핵심 직책에 배치하려는 시 주석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번 당대회에서 새로 정치국에 진입한 13명 가운데 6명은 과학기술 전문가이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일 업무보고에서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실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