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관계 파탄" 위협한 푸틴, 의도 뭔가

입력
2022.10.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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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면 한러 양국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문가 국제모임인 발다이클럽 연설에서 북한과의 군사협력까지 거론하며 한국에 위협 발언을 가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그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지원 강화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방탄헬멧 모포 등 비살상 군수물자와 인도적 물품을 지원해왔다. 우크라이나, 서방의 강력한 요청에도 살상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에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푸틴은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는 결정을 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는 양국 관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군사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을 재개하면 한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 건가”라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해 러시아의 대기권 재진입기술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발언에서 “살상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대통령이 천명한 것은 사안의 무게에 비춰 시의적절했다. 국방부도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푸틴이 허위 사실을 이유로 대북 군사협력 카드로 압박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의 경고가 한반도는 언제든 우크라이나 사태에 끌려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점에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정부는 서방의 대러 제재를 비롯, 국제사회와 합심해 우크라이나 비극을 막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러나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심화될수록 한반도 평화는 위협받게 된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관여할 여지가 큰 만큼 양국 관계에 과도한 대립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