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돌파' 명 받고 목숨 바친 장기수 일병… 70년 만에 가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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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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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38선 돌파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한 병사의 유해가 70여 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8일 “2020년 강원 양양군 가라피리에서 발굴한 유해 신원이 국군 3사단 소속 고(故) 장기수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북 안동에서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1944년에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그해 8월 3사단에 배치돼 참전했다. 고인이 속한 3사단은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기세를 몰아 10월 1일 38선을 최초로 돌파, 방어작전 중이던 북한군 5사단을 격파하고 양양을 점령하면서 ‘38선~원산 외곽선 진격 작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고인은 이 작전 중에 전사했다.

고인이 70여 년 만에 귀환할 수 있었던 건 2년 전 유해 발굴 작업 당시 발견한 오른쪽 정강이뼈 덕분이었다. 고인의 아들 학모씨가 2014년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고, 정강이뼈 정밀 감정과 유전자 검사로 유가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에 학모씨는 “국가가 할 일을 해주는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남편이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고 평생을 기다렸던 배우자는 4년 전 91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며느리 이방순씨는 “시어머님이 아버님을 많이 기다리셨는데 지금이라도 찾았다고 하니 심장이 멎을 듯 벅차다”며 “그간 시아버님 생신에 맞춰 제사를 모셨는데 이제는 더 잘 모실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04년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전사자 19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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