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사무실 바닥에 점자 보도블록을 설치한 까닭은

입력
2022.10.29 17:00
장애·비장애 모두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 접목
휠체어 이동성 고려해 복도 폭 180cm로 확대
"누구나 역량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사무실 바닥에 있는 점자 보도블록, 둥글게 처리된 기둥, 휠체어를 360도 회전할 수 있는 넓은 통로.


구글코리아가 새롭게 꾸민 사무 공간이다. 구글코리아는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가 심리적·공간적 제약 없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사무 공간에 접목했다.

민혜경 구글 인사 총괄은 27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의 사명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글'을 실현하는 데 있어 제품과 프로그램, 그리고 우리가 일하는 일터에도 이러한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핵심적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하면 누구나 자기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장애, 비장애를 떠나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원칙이다. 구글코리아의 새로운 사무공간은 ①공평한 사용 ②사용의 유연성 ③쉽게 인지 가능한 정보 ④실수를 감안한 설계 ⑤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 등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을 고려해 설계됐다. 이에 따라 개인 업무 공간에서 회의실, 라운지, 화장실 및 다양한 편의 시설과 안내문에 이르기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불편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됐다.



"장애 가진 구글러도 마음껏 역량 발휘할 수 있는 공간"


새 사무실 공간 내 모든 안내 표시에는 점자가 함께 쓰여 있고 바닥에는 점자 보도블록이 설치돼 시각장애인들도 어렵지 않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사무실 내 모든 복도는 휠체어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일반 사무실(120cm)보다 50% 넓은 180cm의 간격을 확보했다. 또 슬라이딩 도어나 자동문을 설치해 이동성을 크게 개선했다. 모든 가구 및 집기, 스위치도 일반 사무실 대비 낮게 설치해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더욱 직관적으로 배치된 사무실 구조와 보편적 안내 이미지는 언어에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사무실을 쓸 수 있도록 한다.

구글은 해당 사무 공간을 기획하면서 장애를 갖고 있는 구글 직원의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올 1월 구글코리아에 입사한 소프트웨어(SW)개발자 서인호씨는 "시각장애인들은 혼자 다니면서 많이 부딪혀서 다치기 때문에 가능하면 벽을 둥근 디자인으로 해달라고 얘기했다"며 "또 여닫이 문은 가동범위가 넓어 시각장애인이 끼는 사고를 당하기 쉬워 여닫이 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위라클도 "8년 전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면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구글의 사무 공간은 충분히 넓었다"며 "내부에 장애인 화장실을 별도로 만든 것도 휠체어 사용자에겐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