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도전’ 강조하며 취임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입력
2022.10.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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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입사 31년 만이며,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삼성을 실제로 이끌어온 지 8년 만이다. 하지만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 전까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묶여 전면에 나서 삼성을 지휘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회장 취임은 이런 제약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삼성의 최고 지휘자가 되었음을 대외에 알리는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취임식은 생략했고, 취임사도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내용으로 발표한 ‘미래를 위한 도전’으로 대체했다. 이는 이 신임 회장이 지금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또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재용 회장 승진을 의결하는 날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1% 하락했다고 공표했고, 이 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던 광경은 지금 삼성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진단과 처방이 중요하다. 다행히 취임사에 담긴 진단과 처방은 정확해 보인다. 삼성전자의 핵심이자 한국 경제의 기둥인 반도체는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대만의 TSMC에 내주고 말았다. 이를 만회할 뚜렷한 미래 수익원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다”고 위기를 인정하며 “과감한 도전과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 조직’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 문화’도 다짐했다. 이는 과거 삼성 조직에 대해 외부와의 개방적 교류와 경쟁보다는 내부 권력다툼에 더 힘을 쏟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읽힌다.

선두 주자로서의 압박감, 커지는 사회적 책임과 함께 아직도 미해결 상태인 후계 과정의 사법적 문제까지 이 회장 어깨에는 무거운 짐들이 지워져 있다.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약속을 꾸준히 실천해가는 것이 그 난제를 풀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