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3축 체계 한계... 우리 최종 목표는 나토식 핵 공유 돼야"

입력
2022.10.27 16:00
24면
[이왕구의 노크]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달 5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지휘부가 공격받을 경우 자동으로 핵 타격을 시도하도록 규정한 ‘핵 법령’을 채택했다.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이나 도발원점을 타격하는 ‘한국형 3축 체계’가 가동될 가능성만 보여도 선제적으로 핵 공격을 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같은 달 25일 서북부 내륙 인근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후 3주 동안 16발의 탄도미사일과 장거리순항미사일을 한 발의 실패도 없이 발사했다. 핵 무력 제도화에 더해 북한의 핵 능력이 더욱 고도화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금기시됐던 한국의 자체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북핵 대응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박원곤(54)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를 지난 24일 만나 공세적인 북한의 최근 도발 양태를 분석하고, 현실가능한 북핵 대처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_현재 북한과 한미 간 강대강 대치와 2017년 ‘화염과 분노’ 당시 대치 상황과 비교해 달라.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2017년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본다. 2017년은 북한이 핵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때 북한은 ‘화성 15형’을 쏜 뒤 ‘핵 무력’이 완성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한미정보당국 모두 북한의 ICBM 능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다. 당시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즉 고위력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전념했을 때다. 이번에 저위력 전술 핵무기를 완성했다. 실전배치 능력은 논란이 되겠지만 지난달 25일 이후 보여준 도발 상황을 본다면 최소한 한국과 일본 정도를 사정권으로 하는 타격능력은 갖췄다. 위기의 차원이 달라진, 위급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_전술핵 능력 고도화로 실제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이 높아졌나.

“물론 전술핵 무기를 쏘더라도 확실하게 보복을 당하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ICBM과 비교하면 쏠 확률이 훨씬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회피기동을 하는 KN-23을 비롯해 북한의 전술핵용 미사일들은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저수지에서 발사하는 등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도 위협적이다. 통상 전쟁이 발발할 경우 우리 전술타격 목표가 700개인데 결국 이것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타격수단도 더 필요하다. 우리의 안보비용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_지난 24일 북방한계선(NLL)을 의도적으로 침범하는 등 북한이 9ㆍ19 군사합의 폐기를 의도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선제적으로 폐기해야 하나.

“결론적으로 우리가 먼저 파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물론 9ㆍ19 합의는 군사분계선의 감시정찰을 금지하는 등 북한 측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합의다. 2020년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인민군 총참모부에서 합의 파기 얘기를 꺼냈던 일 말고는 북한이 지금까지 파기하겠다는 말을 비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금 무효화 시도를 하는 이유는 자신들 핵 능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이번처럼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들어왔는데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은 이전에 없었다.

북한은 만일 한국이 합의를 깨뜨려도 자신들은 손해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현재 국면에서 목표는 한반도 긴장 조성인데, 우리가 합의를 먼저 파기하면 긴장 조성의 책임을 한국에 돌릴 수 있게 된다. 9월 이후 북한의 도발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굉장히 도발 명분을 중시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합의를 파기하게 되면 북한 노림수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다. 정부에 가령 7차 핵실험 시 합의효력을 정지한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9ㆍ19 합의 핵심이 남북 적대행위 중지이기 때문이다. 핵 실험 이상의 적대행위는 없다.”

_한미훈련 기간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중국의 공산당대회 기간에도 포격도발을 하는 등 도발양상이 달라졌다. 북한의 계산은 무엇일까.

“통상 핵무장을 한 두 나라는 서로 파멸시킬 수 있다는 ‘상호확증파괴’ 때문에 전면전을 피하게 된다. 그러나 핵 무장을 한 뒤 국지도발이 잦아진 사례도 있다. 인도-파키스탄이다. 현재 북한은 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매우 공세적으로 도발하고 있다. 북한의 최종목표는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기존 핵보유국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깨뜨릴 수 없어 북한의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그 상태에서 부분 비핵화나 핵군축 협상을 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고 긴장을 조성하고 해야 한다. 전형적 ‘벼랑 끝 전술’이다.”

_지난달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핵 사용 구체적 조건과 원칙을 법으로 명기한 ‘핵무력 법령’을 발표했다. 무슨 의미인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핵 사용에 대한 법적 기초를 마련하고, 거기에 맞춰 실전배치가 이뤄지고, 실제 작전계획에 따라 운영하는 게 일련의 과정이다. 핵을 가진 국가는 모두 이런 제도화 과정을 거친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핵 보유국이 갖고 있다. 하지만 모호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만 공유하지 북한처럼 이렇게 공격적으로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 북한은 작전계획까지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말하자면 자신들이 핵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제도화까지 완성한 만큼 한국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같은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_ 7차 핵실험의 가능성과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나.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한미공군훈련이 실시된다. 언제든 북한을 타격 가능한 전력이 움직이는 것이므로 북한 입장에서는 항공모함 전단보다 더 위협적이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도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간에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북한은 핵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굉장히 공세적인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큰 어려움을 겪어 내부적인 단합 필요성도 있다.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 필요성도 있어서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실험할 수도 있다고 본다.”

_극초음속미사일 발사실험, 저수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다. ‘한국형 3축 체계’로 막을 수 있을까.

“3축 체계 모두 각각 한계가 있다. 킬 체인은 상대방이 쏘겠다고 하는 짧은 시각에 포착해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하겠다는 건데 지금까지 이뤄진 사례가 없다. 미사일의 탄두가 재래식 탄두인지 핵 탄두인지 알 수도 없다. 최고 수준의 감청기술 내부정보 없이는 선제타격은 불가능하다. 두 번째로 북한 미사일이 회피기동 하고 여러 곳에서 쏘는데 탐지, 식별, 요격이 가능할 것이냐 문제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KAMD의 작동도 어렵다. 비행궤도가 복잡한 북한판 이스칸다르인 KN23탄도 미사일은 물론이고 180도 꺾어져 들어오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와 연동돼야 그나마 막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데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MD가 한국방어용이 아니라 미군기지 방어용이라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대량응징보복(KMPR)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량응징보복을 할 상황이라면 전면전 상황이고, 전시작전권 전환이 안 이뤄졌다면 한미연합사령관이 상황을 통제할 텐데 과연 한국군이 KMPR 하도록 둘 것이냐고 물으면 답은 회의적이다. 현재로서 한국형 3축체계는 대국민용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다만 한계에도 불구하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사일을 더 만들어야 하고, 더 강력한 미사일을 깔아야 하고, 북한 내 타격 목표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재래식 무기를 아무리 고도화해도 핵무기는 막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 핵을 가질 수 없다. 진보건 보수건 대한민국 정부라면 북핵 대비에 재래식 무기 고도화라는 선택지밖에 없다. 상황이 어렵다.”

_현무2 미사일 낙탄 사고, 에이태큼스 미사일 실종 등 우리 미사일 체계가 결함이 있는 것 아닌가.

“현무 낙탄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미사일을 무작위로 뽑아서 검수하고, 문제가 있는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북한은 9월 25일부터 최근까지 탄도미사일 14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단 한 발도 실패하지 않았다. 우리가 얼마 주기로 실전 미사일 테스트를 했는지에 대해 정보는 없지만 실전 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았겠는가.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_여당 내에서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권의 논의 방향이 잘못됐다. 대응수단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판단해야 하고, 최종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판단과 목표가 없이 수단 이야기만 나온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논의의 전제가 돼야 한다. 북한 정도의 핵무장 국가의 비핵화는 역사적 전례도 없다. 포기해서야 안 되겠지만, 완전한 비핵화 목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을 억제하고 혹시라도 핵을 쐈을 때 가장 적절한 대응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판단과 목표에 동의하고 나서 우리의 대응 방안이 무엇이냐를 논의하는 수순이 돼야 한다.”

_그렇다면 북핵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간단한 방법인 핵을 핵으로 막는 옵션인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쓸 수가 없다. 결국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확장억제정책은 약속이지 제도화된 게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믿으라고 하겠지만 트럼프 4년을 경험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미국 내에서 자국우선주의가 강해지면서 북핵에 대응할 미국의 의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실적 최대치는 나토식 핵 공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해도 핵무기 최종사용권도 미국 대통령에게 있고, 과정과 결정을 우리와 공유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작전계획이 있고, 훈련을 통해 투발수단을 운영하는 식의 핵 공유가 현재로서는 최대치이며 우리 목표가 돼야 한다. 한미가 각각의 전투기에 W61 전술핵무기를 싣고 공동연합훈련을 하고, 위기시에 한국전투기든 미국전투기가 떠서 대응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최소한도의 정보도 공유될 수 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 반발 문제 등 다양한 비판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정말 비상한 위협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면 이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추진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일 것으로 생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핵 공유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국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_우리 정부와 미국이 맞춤형 확장억제정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효과가 있나.

“아직은 개념 수준인 것 같다. 예컨대 북한이 전술핵을 서울 한복판에 떨어뜨린다면 전면전이고, 이때 미국에서는 한 발이면 평양을 초토화할 수 있는 미니트맨3(ICBM)를 쏠 것이다. 대응이 간단하다. 그런데 핵은 공포를 자아내는 상징성 있는 무기다. 북한은 예컨대 포항 앞바다랄지 우리 영해에 실질적 인명피해 없이 핵무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북한을 타격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럴 때 핵 공유를 비롯한 확장억제정책이 필요하다. 우리가 전술핵으로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에 너희가 핵을 쏘면 분명히 여기 있는 핵으로 응징할 수 있다는 걸 각인시키는 것이다. 심리적 억제 효과가 크다.”

_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최근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발언했다. 미국의 북핵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을 대외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다. 억제나 회유, 어떤 정책도 없다. 가령 억제를 위해서는 B1B 폭격기를 북쪽으로 보내는 식의 무력시위를 하거나 제재를 가해야 한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해서 중국을 제재해야 효과가 있는데 그것도 못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려는 회유 노력도 부족하다. 다만 지난해 12월 미국이 북한에 코로나 백신 6,000만 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 일이 있는데 북한이 대답을 안 하다가 연초에 미사일을 쏴 버렸다.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본다. 우선 북한에 주도권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두 번째는 더 큰 문제인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웬디 셔먼 국무부장관 등 미국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고위급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 때 북한을 다뤄 온 인물들이다. 이들은 2012년 2ㆍ29 합의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했는데 합의가 깨졌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기본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햇볕정책 옹호자였는데 그 즈음부터 북한 지도자를 ‘독재자’, 북한을 ‘깡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북한을 믿을 수 없고 합의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제 너무 높은 수준에서 세계전략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는 어차피 불가능한 목표인데 왜 그 문제를 끌고 가려 하나,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으로 목표를 낮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건데 북핵 위협을 받는 당사자인 우리는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하다. 한국이 직면한 차원이 다른 위협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큰 결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 가장 높은 수준에서 양국 지도자가 결정해야 한다.”



이왕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