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이재용 부장으로 첫발...그의 31년 삶 속에 삼성의 성장사 담겼다

입력
2022.10.28 09:00
2면
이재용, 1991년 입사 31년 만에 회장 취임 
삼성 총수 일가 중 첫 구속 흑역사 기록
무노조 경영 철폐·준법위 등 경영 혁신 성과
그룹 3대 회장으로 진정한 '경영 시험대' 올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회장 승진 10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31년 동안 삼성맨으로 살아온 그의 과거도 주목받고 있다.

27일 삼성그룹 회장이 된 이 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1968년생인 그의 나이 스물셋 때였다. 이후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를 거쳐 2003년 상무로 승진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재벌 총수 일가의 경우 입사부터 임원까지 '파격 승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회장은 상대적으로 충실하게 기본기 수업을 받았다는 평가다. 2010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사장(COO)이 된 이 회장은 2012년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직함을 얻었다.

이 회장이 경영 활동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14년 5월부터다. 당시 그룹을 이끌던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눕자 총수 역할을 대행했다. 이듬해 삼성을 상징하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겸직하며 실질적인 그룹 수장의 지위를 탄탄히 다졌다. 2016년 발생한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를 기점으로 입사 25년 만에 등기이사를 맡아 사태 수습을 이끌었다. 이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2008년 4월 비자금 문제로 전격 퇴진한 이후 8년 6개월 만에 삼성 오너 일가에서 나온 첫 번째 등기이사다.



재벌 총수 중 처음 '경영 승계 포기' 대국민 선언도



이 회장에겐 흑역사도 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 사태로 기록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것. 2016년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첫 번째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 회장은 2017년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로는 처음으로 영어의 몸이 됐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 삼성' 비전을 제시했다. 2020년 5월 재벌 총수로는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고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 선언'을 내놨다. 삼성의 경영 투명화를 위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구성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회장은 5년 동안 취업 제한 규정으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아 왔다. 하지만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족쇄가 풀렸고 이달 입사 31년, 부회장 취임 10년 만에 삼성을 이끄는 3대 회장에 올랐다.



'무노조 원칙' 철폐하며 경영 혁신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하기 직전까지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받아 왔다. 하지만 그룹을 이끌면서 다양한 경영 변화를 꾀했고 나름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삼성이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는 등 경영 선진화에 힘썼다. 2020년 5월 ①준법문화 정착 ②노사문화 개선 ③지속가능한 경영시스템 구축 등을 삼성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며 "준법문화가 삼성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에 노조가 설립됐고 임금협상이 체결되는 등 성과를 얻었다. 앞서 2018년 11월에는 불법 파견 논란이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 등 협력회사 임직원 8,000여 명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직접 고용했다. 또 반도체·LCD '백혈병'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 10년 넘게 이어져 왔던 난제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지배구조 개선에도 성과를 냈다. 2018년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해 재벌 체제의 대표적 폐해로 여겨졌던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했다. 또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이외에도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병철·이건희 뛰어넘을까



이 회장의 취임 후 최우선 과제는 경영 능력 입증이다. 특히 반도체, 핸드폰 등 국가 경제를 이끌 신산업 발굴에 성과를 낸 선대 회장들을 넘어서야 한다. 이 회장 역시 '승어부(勝於父)'를 최우선 경영 철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승어부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는 뜻으로 선대 회장들의 경영 성과를 계승하되 더 나은 초일류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회장은 지난해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에서도 "선대보다 더 크고 강하게 만드는 것이 효도라는 가르침, 그 말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며 "삼성 임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라고 말했다. 또 "국격에 맞는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