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빈삼각에 묘수 있다

입력
2022.10.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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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신민준 9단 백 박정환 9단 패자조 결승 <5>



중앙 백 대마의 생사가 승부처로 떠오르자 신민준 9단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불리한 입장에서 대세가 크게 요동치는 상황은 언제나 환영일 것이다. 반면 우세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던 박정환 9단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다. 두 기사 모두 이미 초읽기에 몰린 상황. 정확한 수읽기만이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이런 상황에서 최선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승부처의 집중력으로 승패가 갈릴 것임을 암시한다.

흑1은 최선의 공격. 신민준 9단은 정수를 찾았다. 이젠 박정환 9단의 차례, 백2로 두 점을 살리는 것이 당연해 보이나 좋은 수가 숨어 있었다. 바로 9도 백3의 빈삼각. 백5로 호구 칠 때 흑이 백9 자리에 붙일 수 없게 만드는 묘책이었다. 백11까지 중앙이 살아서 다시 형세가 만만치 않게 되었다. 신민준 9단이 실전 흑3으로 단수치자 중앙 백은 점점 활로가 줄어든다. 10도 백1의 붙임 역시 흑이 흑2, 4로 두 점을 버리며 잡으러 가는 수가 성립한다. 흑14가 빈삼각의 묘수. 절묘하게 집이 나지 않아 백 대마 전체가 잡히고 만다. 백이 옴짝달싹 못하는 사이 흑이 실전 흑7, 9로 끊자 패가 되며 백이 너무 큰 손해를 입었다. 백16에 흑17이 결정타. 연결을 확보하지 못한 백은 백22, 24로 패를 결행할 수밖에 없다. 흑은 흑29를 포함해 수상전 수를 메우는 것이 전부 팻감으로 사용 가능하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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