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매달 이자 80만 원에 전세 산다"... '청년 몰빵'에 뿔난 4050

입력
2022.10.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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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혜택 내건 정부 공공분양 아파트
로또처럼 만들었는데 혜택은 2030 집중
중장년 60% 무주택자 "우리만 소외됐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김모(41)씨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깊은 좌절감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은행에서 2억3,000만 원을 대출받아 서울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아파트 전세로 옮겼다. 다달이 이자로만 80만 원씩 나가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주거지 상향의 대가라 여겼다. 그런데 정부가 2030 청년층만 콕 짚어 청약 기회를 대폭 넓혀준다고 하자 '나만 손해 보는 것 같다'는 박탈감이 밀려왔다.

"대학 때 청약통장에 가입한 뒤 그간 부은 돈만 1,000만 원이 넘어요. 그런데 미혼이라 가점 순위에서 밀려 청약에 당첨된 적이 없습니다. 40대 싱글 처지가 이런데 왜 2030에만 혜택을 주죠?"

"싱글 4050이 가장 소외"

정부가 26일 내놓은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대책'을 두고 김씨처럼 박탈감을 호소하는 4050이 많다. 나이만 조금 많을 뿐 처지나 벌이는 큰 차이도 없는데, 공공 혜택을 2030에만 몰아줘 도리어 중장년층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다.

정부 대책을 따져보면 4050의 이런 지적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가 공공분양 흥행을 위해 여러 혜택을 집중시키면서, 당첨만 되면 '로또'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개한 사전청약 입지를 보면 서울 초역세권·한강 조망 등 기존 공공분양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분양은 3가지 유형인데, 이 중 시세차익 30%를 정부와 공유하는 '나눔형'은 내 돈 7,000만 원만 쥐고 있으면 사실상 시세 5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게 설계됐다. 저렴한 분양가와 파격 대출 혜택이 패키지로 묶인 덕분이다.

이 공공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는 매달 원리금으로 80만 원(원금+이자)을 내면 된다. 40년 만기 고정금리라 금리가 오를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목돈이 생겨 원금을 갚으면 이자는 더 내려간다. 온전히 전세대출 이자로만 매달 80만 원이 나가고, 금리 인상 리스크에 100% 노출되는 김씨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정부는 이런 나눔형 아파트(25만 가구)의 80%는 청년층에 돌아가게끔 했다. 또 전체 물량의 15%는 2030 미혼(돌싱 포함) 몫이다. 똑같은 파격 대출이 제공되는 선택형 아파트는 70%, 시세 80% 수준의 일반형 아파트는 40%가 청년층 몫이다. 결국 김씨처럼 청약 가점으로 당첨자를 뽑는 일반공급을 노려야 하는 4050 미혼은 공급비율이 10~3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마저도 청년층 기회를 넓힌다며 일반공급 물량의 20%는 추첨제로 뽑도록 해 4050, 그중에서도 싱글 4050은 청약에서 더 소외되는 구조다.

"20대가 청약 당첨되는 즉시 자산 경쟁 승자"

전 연령대 통틀어 20대(19.1%)와 30대(16.8%·2021년 통계청)의 1인 가구 비율이 높지만, 40대(13.6%)와 50대(15.6%) 같은 중장년 비중도 뒤지지 않는다. 서울에선 2030 비율(48.4%)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인천은 4050 비율(33.4%)이 2030(32.5%)을 앞지른다. 경기 역시 4050(33.3%)과 2030(36.4) 비율 차가 크지 않다. 더구나 중장년층 가운데 무주택 비율은 58%로, 10명 중 6명은 무주택자다.

경기도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황모(43)씨는 "20대 청년이 운 좋게 서울 역세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그 순간 나보다 자산 경쟁에서 훨씬 앞서게 된다"며 "공공분양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짓는 건데 그 혜택을 청년에만 몰아주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국토부 관계자는 "청년층이 결국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될 텐데 젊은 시절 기반을 마련해 자산을 축적해 나가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정부 설명에도 앞으로 공공분양 청약이 진행될 때마다 역차별 논란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두가 만족하는 획기적 대안은 없기 때문에 그때마다 사회 환경에 맞춰 배분 비율과 방법을 조정하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