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융단폭격'이 野 '구심력' 키웠다... 비명계도 이재명 옹호

입력
2022.10.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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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李대표 동시수사, 당사 압색 등 배경
尹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野에 '기회 요인'
野 일각 "무리한 장외투쟁 강요는 분열 요인"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을 겨눈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로 더불어민주당 내 구심력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검찰의 융단폭격식 수사와 감사라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일단 뭉쳐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을 계기로 김해영 전 의원이 지난 22일 이 대표 퇴진론을 공개 거론했지만, 그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비명계 '李 퇴진론' 반대... 1200명 규탄대회 참석해 세 과시

그간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했던 비이재명계도 퇴진론에 거리두기에 나섰다. 전재수 의원은 26일 SBS 라디오에서 김 전 의원의 '이재명 퇴진론'에 대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고 좀 아쉬운 발언"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상대방(여권)이 정치적으로 내전 상태를 선언해 지금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말이 도움이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 이른바 '포스트 이재명'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 세력이 원하는 것"이라며 "그런 논의는 일절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 의원은 지난 17일 국방위원인 이 대표의 방위산업체 주식 보유를 두고 "좀 실망스럽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로 인해 친이재명계 인사들로부터 "갈치 정치" “내부 총질”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6·1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하며 이 대표 지지층의 비판을 한몸에 받았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게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하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이날 지도부와 의원, 원외 지역위원장, 당원 등 총 1,200여 명(당 추산)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민생파탄 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단일대오를 과시했다. 이 대표는 "민생 파탄과 국가적 위기를 외면하고 국가 역량을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허비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함께 힘을 모아서 저 무도한 정부 여당의 폭력을 이겨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文정부·李 대표 동시수사, 오히려 구심력 강화

당초 검찰 수사를 두고 이 대표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혀 민주당의 리더십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지난 전당대회 이후 당내 현안에 침묵해온 친문재인계를 포함한 비명계가 이를 기회로 당내 주도권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 구심력이 강화하는 배경으로는 △서해 공무원 피격·탈북어민 북송 사건, 권익위원회 감사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향한 고강도 사정(司正)의 동시 진행 △국정감사 기간 중앙당사 압수수색 △비속어 논란 사과 거부 등 협치와 거리를 둔 윤 대통령 태도 등이 꼽힌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이번 고강도 사정의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보는 만큼 위기 돌파를 위해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 대표가 만약 유죄 확정을 받더라도 최종 판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배경이다. 재판 진행 중에도 대표 직을 수행하면서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한 채 20%대 후반에서 답보하는 상황도 민주당이 결집을 통해 반격을 노릴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무리한 장외투쟁 시엔 분열 가능성 상존

다만, 대여 투쟁 방향과 수위는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일부 친명계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권퇴진 운동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민석 김용민 의원 등은 정권퇴진 요구 시위에 참석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문제가 많아도 탄핵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닌데 무리수를 두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무리한 장외투쟁만 외친다면 당내 갈등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