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넌 너무 예민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감각에 민감하거나, 대규모로 어울리는 게 힘들거나, 바쁜 하루를 보낸 후 긴장을 완화하는 데 남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나요?
요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예민함에 대한 책이 여러 권 포함돼 있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예민함과 관련된 내용들이 자주 보입니다. 1995년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은 '매우 민감한 사람(HSP, Highly Sensitive People)'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느 나라든 전체 인구의 15~20%는 HSP 성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단순한 감각이나 감정을 넘어서서 생체 에너지나 타인에 관한 직관적인 정보 등까지도 흡수하는 '초민감자(Empath)' 성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캘리포니아대(UCLA)의 임상교수인 주디스 올로프가 2017년 제시한 개념인데요.
HSP와 초민감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올로프는 "초민감자는 공감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열정적이고, 감정에 솔직하고, 직관적이고, 큰 그림을 볼 줄 안다"며 "다만 일반적으로 과잉 자극을 받고, 타인에게서 스트레스와 부정적 기운을 흡수하며,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정서적 탈진을 경험한다"고 분석합니다.
그에 따르면 HSP나 초민감자는 너무 많은 감각이 한꺼번에 빠른 속도로 유입될 때 그런 과부하를 극복하는 기술을 배워둬야 덜 지칠 수 있는데요. 우선 올로프는 '그라운딩(grounding)'과 '어싱(earthing)'을 추천합니다. '그라운딩'은 신체의 일부분 또는 전체를 어딘가에 맡기는 것을 뜻하는데요. '어싱'은 땅에 자신의 신체를 접지시켜 지구와 연결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맨발로 잔디밭을 거니는 게 있죠. 올로프는 "휴대폰을 꺼두고 땅과의 연결을 느끼며 호흡을 하라"며 "몸 안에 커다란 나무를 그리고, 나무의 힘과 에너지, 견고함을 느끼라"고 추천합니다.
과도한 공감 능력 때문에 괴로운 초민감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자기 공감과 연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올로프는 조언합니다. "남들보다 예민한 신경계를 가졌다고 해서 스스로를 탓할 필요가 없다"는 걸 상기하며 "다만 초민감자의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과 상황을 분별해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권유입니다.
※ 참고 문헌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주디스 올로프 · 라이팅하우스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