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여파로 반도체와 가전,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IT) 업체들이 3분기에 줄지어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든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 여파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넘게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2·3분기에 1조2,000억 원 넘는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0조9,829억 원, 영업이익 1조6,556억 원, 순이익 1조1,027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전년 동기와 견줘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60.3% 줄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올해 2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60.5% 감소했다.
세계 물가 상승 장기화와 각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해 판매량과 가격이 하락해 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 역시 7일 공개한 잠정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10조 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D램은 한 자릿수 초중반, 낸드는 한 자릿수 수준의 전례 없이 낮은 수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산 계획에 대해선 "기존에 수요가 강하지 않았지만 우선 만들어 놓고 수요를 찾는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우선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도 이날 오후 발표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6조7,714억 원, 영업손실 7,59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가 전망치(영업손실 5,056억 원)와 비교해 크게 낮은 '어닝쇼크' 수준이다. 2분기 4,883억 원 적자에 이어 2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실수요가 감소한 데 더해 세트(완성품) 수요도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체 실적이 부진했다. 특히 하반기 패널 수요가 전례 없이 줄었고, LG디스플레이 주력 분야인 중형과 프리미엄 TV용 패널 판매 가격이 떨어졌다. 여기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도 바닥을 찍었다.
LG디스플레이는 수요 부진 장기화에 대응해 사업 구조 재편을 가속화하고, 재무건전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LCD TV 출구 전략을 앞당겨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