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부당 업무 개입으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권익위가 2020년 9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수사를 놓고 ‘이해충돌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 지난 7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릴 수 없다’고 한 것에 전 위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위법성 판단이 쉽지 않은 해석 문제를 두고 정작 전 위원장은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채 검찰로 넘긴다니, 전 정부 사람을 쳐내려는 무리한 감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위원장은 26일 “개입이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보고받고 지시하는 건 (기관장으로서) 내 권한”이라고 항변했다. 추 전 장관 사건은 직무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 대검으로부터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공문을 받아 결론을 내렸고, 서해 공무원 사건은 통일부와 법무부 소관이라 권익위는 해석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실무자 초안과 최종 답변을 공개하며 “위원장이 답변을 변경한 것이 어디에 있나. 이 정도면 무고 아니냐”고 따졌다. 감사원은 이런 해명부터 확인해야 한다.
전 정부 인사 감사가 과하다는 정황은 짙다. 7월 권익위 감사가 시작된 이후 전 위원장의 근태, 언론사 간부와의 오찬 간담회, 관사 수도 동파 등 문제들이 불거졌으나 딱히 위법사항이 드러나지 않았다. 방통위 감사는 6월 자료조사부터 7, 8월 실지(현장) 감사, 9월 추가조사까지 하고도 아직 진행 중이다. 심지어 감사 도중 TV조선 재승인 심사 자료를 검찰에 넘겨 방통위가 압수수색을 당했고 언론학회 토론회에서 “(이번 감사는) 정치적 독립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버린 선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감사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진상 규명’ 언급 4시간 만에 서해 공무원 감사 착수를 발표하고 대통령실에 문자 보고를 하는 등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해 왔다. 전 정부 흠집 내기라는 정권 이익에 봉사하느라 헌법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