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4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예금 비중이 늘었고 채권과 주식 비중은 줄었다. 채권과 주식 가격이 저평가 영역에 들어선 만큼 이들 자산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시기이다.
가계는 금융자산을 예금, 보험 및 연금, 채권, 주식에 나눠 배분한다. 올 2분기에 현금 및 예금 비중은 45.6%로 지난해 말(43.4%)보다 늘었다. 보험 및 연금 비중은 같은 기간 30.4%에서 30.7%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채권 비중은 2.3%에서 2.0%로, 주식 비중은 23.0%에서 20.7%로 감소했다.
이처럼 가계 자산 가운데 채권과 주식 비중이 낮아진 이유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비 6.3% 상승하면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에는 물가상승률이 5.6%로 낮아졌지만, 한은이 통화정책 목표로 내세운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래서 한은은 지난해 6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0월에는 3.00%까지 인상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과 주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10년 국채수익률이 지난해 6월 말 2.1%에서 최근에는 4.6%까지 상승했다.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3,300을 넘었던 코스피(KOSPI)도 최근에는 2,150으로 35%가량 급락했다. 돈이라는 게 눈이 있어서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1년만기 은행 예금금리가 4~5% 정도까지 오르다 보니 가계 금융자산이 은행예금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채권과 주식 가격이 싸지고 있다. 시장금리도 적정 수준보다 높아졌다. 2001년에서 2021년까지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평균 5.7%였는데, 10년 국채수익률 평균은 3.9%였다. 장기적으로 명목 GDP 성장률과 10년 국채수익률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정상인데, 지난 20년은 금리가 이에 미치지 못했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앞으로 3년 우리나라 명목 잠재성장률은 3% 정도이다. 현재 4.6%인 10년 국채수익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채권을 사면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피가 여러 가지 경제변수에 비해 과대평가되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코스피가 고점에서 35% 정도 떨어진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올해 명목 GDP가 4.5%(실질 GDP 2.5%) 성장한다고 전제하면 코스피 2,150은 이에 비해서 30% 정도 저평가되어 있다. 코스피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경제변수는 일평균 수출금액이다. 지난해 4월에는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금액을 40% 과대평가할 정도로 크게 올랐지만, 올해 9월에는 20% 이상 저평가된 상태로 떨어졌다. 광의통화(M2)를 고려해도 코스피가 지나치게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
물론 지금 당장 채권과 주식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두 자산 가격이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기 때문에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이들을 늘릴 시점을 조심스럽게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