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증 발달장애인'.
김미연(가명·55)씨의 25살 아들에게 세상이 붙인 이름이다. 김씨는 아들과 같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사이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정책이나 제도가 존재하지만,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도전적 행동 등으로 기관에서 받아주지 않고 활동 지원사도 돌봄을 꺼린다는 이야기다.
"말을 전혀 못 하거나 수행하는 기능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최증중이라 칭하겠지만, 말을 하고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해도 '도전적 행동'이 있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최중증이라고 해요."
김씨의 아들은 도전적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복지관 등에서 10차례 안팎이나 이용을 거절당했다. 그는 "아들의 경우 글도 쓸 줄 알고 기능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감정 조절 측면이 약해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에는 그나마 학교 등에서 돌봄이 가능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서울시의 중증장애인 대상 낮활동지원사업(챌린지2)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기관에서 거부당했다는 것. 김씨는 "아이가 시도하려는 게 취업이나 이런 게 아니라 그저 낮 동안 시간을 보내려는데 그조차도 쉽지 않다"면서 "좌절을 많이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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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 행동이란 단어는 비장애인에게 다소 낯설다. 영국 학자 에릭 에머슨의 정의에 따르면 이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타인의 신체적 안전을 심각하게 해할 가능성이 있는 강도, 빈도, 기간의 측면에서의 행동 또는 지역사회시설을 이용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주거나 접근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동'이다. 구체적인 양상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긴장, 회피 같은 수동적인 행동에서부터 본인이나 타인, 물건을 공격하는 능동적인 모습도 있다.
이런 도전적 행동은 김씨 아들의 사례처럼 복지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펴낸 '발달장애인 도전적 행동 지원방안 연구'에서도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은 자립의 가능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라면서 "지역사회 생활 및 복지서비스 이용에 있어 거부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도전적 행동으로 시설 이용을 거부당한 만 19세 이상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의 챌린지2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지만,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또 아들과 함께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김씨의 가장 큰 고민이다.
김씨는 "종료 시점이 가까워져 와도 타 기관 전이가 어려운 경우 1년에 한해 연장이 가능하다지만 그 이후로는 또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다"면서 "챌린지 출신이라면 다른 기관에서는 굉장히 긴장하거나 싫어하면서 회피하곤 한다. 이른바 '낙인'이 찍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복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결국 돌봄은 가족의 몫이다. 김씨는 "주변에 아이를 집에서 몇 년 그냥 데리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이 많다"며 "외출하지 못하다 보니 자녀들의 건강도 나빠지고, 엄마들은 말 그대로 죽어난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 치여 '지원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이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 같은 친구들의 가족들은 어디 가서 목소리를 낼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며 "이 아이들도 발달장애인이니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활동지원 서비스 대상 확대를 앞두고 국내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1만2,000명에 달한다고 봤다. 다만 이는 잠정적인 숫자로, 보건복지부는 최중증 선정 기준을 마련하려 이달부터 '최중증 통합돌봄서비스 개발 연구'를 시작, 내년에 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중증이라는 용어의 정의조차 명확하지는 않은 상황인 셈이다.
김씨는 발달장애의 특성이 스펙트럼처럼 넓고 다양한 만큼 '개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물론 개별화 지원을 위해서는 인력이나 예산 등 여러 가지 사정이 또 있겠지만, 그렇다고 저희 아이와 친구들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는 말했다. "최중증이란 꼬리표는 달고 있으면서 지원되는 건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얘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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