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서울대 청소노동자 유족, 학교 상대 손배소 제기

입력
2022.10.27 04:30
10면
유족 측 "학교가 관리 부실 책임져야" 
정부·국가기관 " 인권침해, 산재" 인정

지난해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유족이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소노동자 이모씨 유족은 올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 1억4,000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의 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만큼 서울대도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925동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동료와 유족은 이씨가 평소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기숙사를 혼자 청소하며 만성적 과로로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관리자인 안전관리팀장 A씨가 업무와 무관한 시험을 치르게 하고 과도하게 복장을 지적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생전 이씨가 격무에 시달리며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사실은 정부와 국가기관의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7월 서울대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서울대 인권센터 역시 팀장 A씨의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했고 학교는 ‘경고’ 처분했다. 근로복지공단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8월 고인의 동료 노동자와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낸 진정을 고용부와 학교의 징계를 이유로 기각했다. 하지만 복장점검, 업무와 무관한 시험 실시 등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씨 유족은 “과실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소송에 임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서울대는 유족이 낸 소송에 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사건 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기숙사와 휴게시설 등 근무환경 개선 조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