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금' 캐느라... 노랗게 변해가는 아타카마 사막

입력
2022.10.28 11:30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소금평원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25일 AFP 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드넓은 평원에 조성된 대규모 염전에 파란색과 초록, 연두, 노란색 소금물이 고여 있습니다. 마치 다양한 색깔의 염색약이 담긴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여기에는 지하에서 막 솟아난 파란색 소금물이 오랜 시간 건조되면서 점차 색깔이 옅어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파란색 소금물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데까지 약 18개월의 건조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건조된 노란색 소금물, 그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신 석유(new oil)’ ‘하얀 금(white gold)’으로 불리는 리튬을 6% 함유한 '리튬인산철(LFP)'입니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 탄산리튬이 여기에서 만들어 지죠.

리튬은 휴대전화부터 태블릿PC, 디지털카메라, 전기차, 환자 몸속에서 끊임 없이 작동하는 심장박동기까지, 빠져서는 안 될 배터리의 핵심 소재입니다. 최근 리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전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곳 아타카마 사막에 지구촌의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 등은 탄소 중립,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자체는 환경 친화적인 광물이 아닙니다. 리튬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탄소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가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소금물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생긴 지역 수역(local water basins) 오염으로 인해 안데스 지역의 홍학, 여우, 도마뱀 등 희귀 생물의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뭄 기간이 길어지면서 각종 수목이 고사하는 등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리튬의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그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광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