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를 받는 김대열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소장)과 당시 정보융합실장이던 지영관 전 참모장이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 김정곤 장용범 마성영)는 25일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 김 전 참모장과 지 전 참모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전 참모장 등은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과 공모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사찰하고, 이들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도록 대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참모장은 TF팀장, 기 전 참모장은 TF정책지원팀장이자 정보융합실장이었다. 이들이 활동한 2014년 4~7월은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이었다.
김 전 참모장은 경찰에서 받은 정보를 보수단체에 제공해 진보성향 시민단체에 맞서 '맞불집회'를 열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지 전 참모장은 예비역 장성 및 단체에 사드배치 찬성 여론을 조성하도록 정보사업예산 3,000만 원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기무사 내 TF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강성'과 '온건'으로 분류하고 △경제 형편 △말 못 할 고충 △관심사항 등 사생활 정보를 수집했다. 이재수 전 사령관은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김 전 참모장 측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군이 나가서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당시 여론수집이 정당한 첩보활동 범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TF 구성은 이 전 사령관 지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 전 참모장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무사의 첩보 수집은 박근혜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세월호 유족들이 반국가단체라는 최소한의 의심도 없었던 이상 방첩활동이라 볼 수 없다"며 "기무사 활동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비판 무마를 위해 이뤄진 것이고, 집권세력의 정권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첩보 수집은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국정조사 등 정치 사건과 관련해 정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 같은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군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노란색 조끼를 입고 참석했다. 일부 유가족은 김 전 참모장과 지 전 참모장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은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욱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죄질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아 유감"이며 "책임의 무게에 맞게 더욱 무겁게 처벌해야 마땅했다"고 말했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정부가 피해자들을 반정부세력으로 몰아세우고 불법 정보 수집을 넘어 선량한 국민과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전까지 제안했는데 이것이 고작 2년을 받을 범죄인지 묻고 싶다"며 "최종심까지 어떤 판결을 받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국가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발생한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과 기무사와 정보경찰에 의한 불법사찰을 전면 재조사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