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매각 가능성이 우려스러운 이유

입력
2022.10.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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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 안보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삼키려는 러시아의 도발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8개월이 지났음에도 승기를 잡기는커녕 최근 전장에서 거듭 패배했다. 이는 공중에서 우위를 장악하지 못해 우크라이나의 지상전력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이 KAI 지분매각설과 관련해 "일절 논의된 바 없다"는 선 긋기가 있었으나 현시점의 KAI 지분매각은 우리나라 공군력 약화로 인한 국가 안보 위기까지 그 파장이 우려되는 심각한 사안이다. KAI는 조종사 양성을 위한 공군훈련기부터 KF-21 전투기까지 사실상 공군의 국산 전투 장비를 전담하고 있는 국책사업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앞세워 무차별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국방의 한 축을 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공군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5년 12월 체계개발계약이 체결된 KF-21 전투기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시제 1호기가 최초 비행에 성공했으며 앞으로 4년간 완벽한 성능 검증을 위해 2,000쏘티 이상의 비행 시험이 예정되어 있다. 2026~2028년까지 공대공 임무 수행이 가능한 블록1 40대, 2029~2032년까지 공대지와 공대함 임무 능력이 추가된 블록2 80대가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 상황에서 KAI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안보와 직결된 항공우주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가 주요 전략산업으로 직접 육성한다. 2018년 미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을 놓고 경합을 벌인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만든 시제기는 미국 정부가 80%까지 지원했다. 이처럼 미국은 복수의 전문기업을 경쟁 체제에서 발전을 이끌면서 R&D까지 지원한다. 유럽의 에어버스는 프랑스·독일·스페인 국공유 지주회사가 26%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AVIC(중국)·IAI(이스라엘)·AI(튀르키예)·HAL(인도) 등은 100%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전폭적 지원을 하는 국영기업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KAI 지배구조 변화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보다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향후 세계 무대에서 해외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상철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