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초로 열리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카타르는 2006년 아시안 게임, 2011년 아시안컵 축구 대회, 2016년 국제 사이클 연맹 월드 챔피언십 등 메이저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 경험을 토대로 막바지 손님맞이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지구촌 최대 축제인 월드컵을 통해 카타르는 아랍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특히 월드컵 스타디움을 디자인하고, 이름을 짓는 데 고심했다. 알 바이트 스타디움, 알 쑤마마 스타디움은 아랍 전통문화를 반영한 건축물이다. 아랍어로 바이트는 집이라는 뜻이다. 알 바이트 스타디움은 전통적으로 내려온 사막의 유목민 '베드윈'들의 천막을 형상화하여 만들었다. 알 쑤마마 스타디움은 남성들의 전통 모자인 '까흐피야'에서 힌트를 얻어 건립되었다.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루사일 스타디움의 경우 '파나르'라는 아랍의 등(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아랍에서 불빛의 활용은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인류 최초의 등대는 약 기원전 3세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항구 인근 파로스 섬에 세워졌다.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이 되면 무슬림들은 형형색색의 등을 곳곳에 걸기도 한다. 루사일 스타디움은 파나르의 불빛이 갖는 빛과 어두움의 오묘함을 따라 기능적으로 빛과 그늘을 충분히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번 대회의 귀여운 마스코트 '라이브'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놀다, 운동하다'라는 뜻의 아랍어 동사 '라이바'에서 파생된 '라이브'라는 이름은 '운동을 잘하는 선수'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월드컵의 마스코트인 만큼 라이브는 실제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된다.
라이브는 머리에 까흐피야, 구트라, 이깔과 같은 아랍의 전통 의상을 온전히 착용하고 있다. 구트라는 까흐피야 위에 두르는 흰색 천을 의미하며, 이깔은 구트라를 고정하는 검은 머리띠를 가리킨다. 단, 쑤마마는 구트라에 의해 가려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발목 길이의 소매가 달린 흰색 전통 의상 '싸웁'을 입고 있다.
라이브의 정체는 뭘까? 소셜미디어에서는 만화 주인공, 꼬마 유령 캐스퍼를 닮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랍의 고대 민담이나 설화에 등장하는 인간들에게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적인 존재를 모티브로 했다. 쉽게 생각해서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오는 '지니'를 떠올리면 된다.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는 희망을 담은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통한 전통문화의 홍보가 국가 이미지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구 약 270만에 우리나라 경기도 크기만한 카타르는 군사적 역량을 포함한 하드파워의 측면에서 강대국이라 말할 수 없지만, 연성 권력인 소프트파워는 강한 매력적 국가로 발돋움했다. 2021년 글로벌 소프트파워 인덱스에서는 전 세계에서 26위, 중동 국가 중에는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분명 월드컵은 개최국의 문화를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런 점에서 카타르 정부는 자국과 아랍 세계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세심하게 월드컵을 준비해 왔다. 필자는 최근 칼리드 이브라힘 알 하마르 주한 카타르 대사와 만나 월드컵에 관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알 하마르 대사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인들이 카타르와 아랍의 전통문화를 보다 친근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류가 증진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100% 공감이 되었다. 카타르 월드컵이 축구를 넘어서서 아랍 문화를 국내에 알리며 한국과 아랍 문화교류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