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검찰의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허를 찔린 더불어민주당은 종일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표는 압수수색에 항의하다 잠시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에선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날 장외 투쟁에 나섰고, 25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수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강경 대응을 외치면서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지 않았고, 국정감사에도 복귀하는 등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강약 조절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여의도 민주당사 8층에 있는 민주연구원 문 앞까지 진출했다. 지난 19일 압수수색 시도가 무산된 지 닷새 만이다. 직후에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 재시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표는 "내일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인데 오늘 이렇게 압수수색을 또다시 강행하겠다는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며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남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대장동 특검을 제안하면서 함께 요구한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저축은행 비리 부실수사 의혹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하면서 대장동 특검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같은 시간 예정돼 있던 국정감사가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일시 파행됐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윤석열 정권의 야당 압살 의지 표명"으로 규정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 항의시위를 결의했다.
이 대표는 오전 11시쯤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 중인 중앙당사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와 정당사에서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은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달라"고 하면서 잠시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 대표 최측근 인사들도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진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입장문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며 "추가로 소환하면 언제든 당당하게 응해 성실히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속된 김용 부원장은 박찬대 최고위원을 통해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있다.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으며 8억 원 수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등을 포함한 수십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11시 30분쯤 대통령실 앞에 집결해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협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선언했다.
오전에 쏟아낸 강경 메시지와 달리 민주당은 신중한 대응에 나섰다. 지난번과 같이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오후 2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벌인 후 철수했다. 김 부원장의 구속에도 압수수색을 저지할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열린 2차 의총에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한 불수용 방침을 결정했지만, 국감장 복귀를 선언했다. 검찰발 사정정국에만 몰두한 채 민생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열린 오전 의총에서 설훈·우상호·김영진 의원 등이 오후부터 국감 복귀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한편, 지난 22일 이 대표 퇴진을 요구했던 김해영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단일대오가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단일대오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을 지키는 데 민주당 전체가 올인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