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가 장중 7% 가까이 폭락하는 등 24일 아시아 금융시장에 전운이 드리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독주 체제' 확립에 대한 거부감이 짙은 외국인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 현상이 거세진 결과다. 중국 위안화 약세로 이날 원·달러 환율 역시 장중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6.9% 폭락하며 1만5,091까지 밀렸다. 올해 들어 35% 넘게 추락한 항셍지수는 이로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7.3% 폭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 넘는 약세를 보였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한때 달러당 7.2552위안까지 하락하며 2008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렸다.
시장은 최근 출범한 시진핑 정권 3기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냈다. 사실상 1인 지배 체제를 굳힌 시진핑 주석이 지도부를 최측근들로 구성하면서, 중국의 반(反)시장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저스틴 탕 유나이티드 퍼스트 파트너스의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은 시 주석의 권력이 공고해지면서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을 무제한 내놓을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2020년 알리바바 계열의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 상장을 중단시키는 등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통해 '다 함께 잘살자'는 뜻의 공동부유를 강조해왔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제지표 발표 등이 연기된 점도 시장의 신뢰를 잃은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중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9%, 9월 수출 증가율은 5.7%(이하 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결과다. 당초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GDP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사전 예고 없이 일정을 미뤘다. 이를 두고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둔 상황에서 혹여 좋지 않은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9.8원 내린 1,430원에 출발했지만, 아시아시장 불안에 장중 1,440.9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연고점(1,442.2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날 종가는 0.1원 내린 1,439.7원이었다.
홍콩 증시 급락에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포함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들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해당 ELS의 미상환 발행 잔액은 21조1,87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4% 넘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