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도발을 재개했다. 북한 상선이 5년 9개월 만에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측의 사격을 유도했고, 오히려 서해상 완충구역으로 방사포를 10발 발사했다. 혈맹인 중국의 정치 이벤트 동안 잠잠했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남측의 9·19 군사합의 위반을 이끌어내 추가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24일 오전 3시 42분쯤 북한 5,000톤급 상선 '무포호'가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 지점에서 NLL을 넘어 남측 수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무포호 NLL 침범 전 국제상선 공통망을 통해 1차 경고통신을 수행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포호는 이후 우리 군의 총 20여 회의 경고통신에 "우리(북측) 해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응답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해상군사분계선'에 우리 함정이 진입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우리 군은 이후 NLL 남측 수역에서 M60 기관총 10발로 1차 경고사격을 수행했다. 무포호가 뱃머리를 돌리지 않자, 우리 군은 2차 경고로 M60 10발을 사격했다. 무포호는 NLL 이남 3.3㎞ 해역까지 침범한 후 오전 4시 20분쯤 NLL 서단으로 빠져나갔다. 우리 군은 서해 2함대 소속 호위함(FFG-II) 서울함 등 수척의 함정을 동원했고 한때 우리 해군 함정이 무포호와 1㎞ 거리까지 근접하기도 했다. 공군에서는 KF-16 전투기 등 초계전력 등이 대응했다.
무포호가 NLL 이북으로 빠져나간 후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5시 14분쯤부터 북한은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방사포 10발을 발사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성명에서 "오전 3시 50분경 남조선 괴뢰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해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 지상전선에서의 포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들에게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NLL을 침범한 북한 상선에 대한 우리 군의 정상적 작전 조치에 북한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한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반박했다.
북한 상선의 NLL 침범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포 사격이 금지된 서해상 완충구역에서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유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우리의 경고사격 후 방사포를 쏜 것도 북한이 사전에 마련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합참 전투통제실을 찾아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이자, 의도된 일련의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해군은 이날부터 4일간 서해에서 NLL 국지도발 대응 등을 중심으로 한미 육·해·공군 및 한국 해경이 참가하는 대규모 '서해합동훈련'을 실시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서해 해상 불가침 경계선에 대한 남북 간 합의 부재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은 전술핵무기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향후 그들에게 불리하게 그어진 NLL을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의 비난 성명에서 확성기가 언급된 부분에 주목했다. 류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은 도발 규모와 강도를 국지전 또는 전면전 수준으로 위협수위를 올릴 때 남한의 확성기를 통한 대북심리전을 이유로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상수'라는 분석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 실시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