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한 번쯤은 자신에게 속기도 하지만...

입력
2022.10.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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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1964년 오늘의 짐 마셜

전 세계 모든 스포츠 리그를 통틀어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는 관객 수 기준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종목이다. 2019년 NFL 경기당 관중 수는 평균 6만7,100명으로, 2위인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의 4만3,450명과 3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3만8,170명을 압도했다. 그해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경기당 관객은 2만8,180명이었다.

미식축구는 양팀 각 11명의 선수가 공격-수비 포지션을 나눠 길이 109.7m(360ft) 경기장을 양분한 채 공을 들거나 던져 상대 필드 엔드라인을 넘어서면서 점수를 얻는 경기다. 그 단순한 룰을 따라 육중한 근육질의 몸들이 벌이는 원시적인 몸싸움과 정교한 패스워크가 미국인들의 개척주의 이상을 가장 잘 구현하기 때문에 미국인이 열광한다는 설이 있다.

1869년 이래의 NFL 역사에서 가장 희귀한 장면이 1964년 10월 25일, 샌프란시스코 ‘49ers’와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경기에서 연출됐다. 27-17로 바이킹스가 앞서던 4쿼터, 49ers의 한 선수가 찬 공을 바이킹스의 디펜시브엔드 짐 마셜(Jim Marshall, 1937~)이 낚아챘다. 멋진 공수전환을 기대하던 관중은, 하지만 마셜의 기이한 플레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대 진영이 아닌 자기 진영 엔드라인을 향해 무려 60m를, 당연히 아무런 견제 없이 내달아 터치다운까지 성공(?)한 거였다. 그의 플레이로 바이킹스는 자책점(Safety 2점)에 공격권까지 빼앗기는 봉변을 겪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에게 속기도 한다. 신장 193cm 몸무게 118kg의 수비수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에서 1961년 바이킹스로 이적, 부동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해온 그는 경기 직후 “방향을 착각했다”고 해명했고 팀이 승리(27대 22)한 덕에 징계는 모면했다. 하지만 그는 1979년 은퇴할 때까지 282경기 연속 출장과 130.5회 공격 저지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여태 NFL 명예의전당 입성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