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기에 들어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보좌할 2인자에 리창(63) 상하이 당서기가 등극했다.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영전하고 차기 총리에도 낙점된 그는 '시진핑의 황태자'임을 거듭 증명했다. 민심 이반과 경제 침체를 부른 '상하이 코로나19 봉쇄'의 최고 책임자이지만, 시 주석의 신뢰가 무적의 방패 역할을 한 셈이다.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리창은 시 주석에 이어 두 번째로 연단에 올랐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 소속 7명이 서열 순서대로 등장하는 원칙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리창을 중국 권력 서열 2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당대회 때 지명된 서열 2위 인사가 총리에 오르는 관례에 따라 그는 리커창 현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총리에 취임할 전망이다.
1959년 저장성 뤼안에서 태어난 리창은 저장농업대를 졸업하고 1983년 공산당에 입당했다.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성장과 당서기를 지낼 당시 그의 비서실장(당 판공청 주임)을 지내며 시 주석의 충성파로 거듭났다.
2013년 시진핑 시대가 열린 후 리창은 승승장구했다. 2013년 저장성 성장에 임명됐고, 2016년 장쑤성 당서기로 승진했다. 승진 속도도 빨랐다. 2017년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된 후 중국 경제 수도인 상하이 당서기를 맡았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이끈 상하이방 출신이 상하이 당서기를 주로 맡았던 관례를 감안하면, 파격적 인사였다. 당서기를 지내는 동안 리창은 비교적 융통적이며 개방적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상하이 당서기는 상무위 진입의 최단거리 지름길인 만큼, 리창의 최고 지도부 입성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그의 발목을 잡는 듯했다. 올해 4, 5월 상하이 시민 전체를 사실상 가택 연금한 '상하이 봉쇄'의 후폭풍이 커지면서 시 주석이 그의 책임을 묻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왔다.
시 주석은 그러나 '나의 신뢰를 얻으면 살고, 잃으면 죽는다'는 인사 원칙을 접지 않았다. "국가주석 3연임은 사실상 종신 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체제 내부 안정의 중책을 리창에게 맡겼다. 부총리들 가운데에서 총리를 임명해온 관례에 따라 리창에게 부총리 직함까지 달아 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거꾸로 해석하면, 시 주석이 상하이 봉쇄로 흉흉해진 민심이나 경제 위기에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