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이 본격적으로 수사된 것은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이었다. 이회창 캠프가 현금 실은 트럭을 통째로 넘겨받는 후안무치한 방식으로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여 원을 받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이었던 서정우 변호사 등 정치인 32명과 기업인 2명이 사법처리됐다. 하지만 “대선자금에 관한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가 감옥에 가겠다”고 했던 이 전 총재 본인은 기소도 되지 않았다.
□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도중 1992년 대선자금을 포함한 비자금 의혹으로 수사받을 위기에 처했다. 앞서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선자금 ‘20억 원+알파’를 받았다고 실토한 바 있었는데, 그 외에 기업에서 받은 134억 원등 총 67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이회창 캠프가 폭로했다. 하지만 선거가 불과 두 달 남은 시점에서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은 검찰에 수사 유보를 지시했다. DJ는 당선됐고 검찰은 1998년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 YS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92년 대선 때 YS 측에 3,000억 원을 건넸다고 했다. 노무현 캠프는 100억여 원을 불법적으로 받은 게 차떼기 수사 중 드러나 관련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YS가 “대통령 재임 중 1원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법 선거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 사퇴하겠다”고 큰소리친 일이 무색하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점진적으로 변화해 왔다.
□ 결국 지금껏 불법 대선자금으로 후보가 처벌된 경우는 없었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사례가 되는 게 아닌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차떼기 등에 비하면 ‘소박한’, 최측근의 8억여 원 수수가 그를 위협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투명해지고 정치자금 기준이 엄격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를 흔드는 위력은 너무 커졌다. 청렴하지만 사법에 의존하지 않는, 정치의 균형이 절실하다.